미-한 연합 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도 임시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대화공세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협상 재개를 위한 첫 수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제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씨입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The notion of trading...”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의미 없는 핵실험 잠정중단과 맞바꾸겠다는 발상은 미국 정부가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 활동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며, 핵실험의 경우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이 이미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데도 굳이 미-한 연합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연계시킨 데는 여러 의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 “They are looking for...”
북한이 대화공세를 펴면서 미국으로부터 계속 양보를 끌어내려는 속셈이 엿보인다는 겁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는 척하면서 미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건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CNA) 국제관계국장] “I think the primary purpose is...”
이번 제안의 주된 목적은 미국의 거부로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이 한국과 중국에 알리려는 데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현재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대화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제안이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동북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존 메릴 씨입니다.
[녹취: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시아담당 국장] “This is obviously just an opening gambit...”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고,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곧 `반관반민’ 회의에 나설 예정인만큼, 북한의 이번 제안은 새로운 협상을 위한 첫 수임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메릴 전 국장은 현재 남북한이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이 북한의 제안에 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I don’t think this proposal will be...”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핵실험과 미-한 연합훈련을 맞바꾸자는 북한의 제안이 반드시 실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긴장 완화를 위한 제안을 할 경우 언제나 복잡한 협상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대해 증오심 가득한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