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한국 군의 합동군사훈련을 임시중단하면 핵실험 계획을 중지하겠다는 제안은 핵실험을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라고 북한의 외교 관리가 밝혔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암묵적 위협이라고 간주한 데 대한 반응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 들어 또다시 미-한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온 북한. 미국이 결단을 내리면, 4차 핵실험을 임시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제안이 처음 나온 지난 10일 이후 미국은 네 차례에 걸쳐 북한의 요구를 `암묵적 위협’이라며 일축했습니다. 미-한 군사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리는 15일 ‘VOA’에 이번 제안이 4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추측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한다는 우선순위를 실천하기 위한 목적이지 핵실험을 위한 사전 수순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 관리는 이번 제안을 미-한 군사훈련 강행시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직설적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현 시점에서 핵실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성급한 추측이자 확대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특히 북한 당국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며, 미국이 심사숙고한 뒤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제안은 40년 간 연례적으로 실시돼 온 방어 목적의 미-한 군사훈련과 유엔이 금지한 핵실험을 연계하는 암묵적인 위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2일에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일 뿐아니라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따른 약속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앞서의 북한 관리는 지난 1992년 ‘미-한 팀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된 선례가 있다며, 한국과의 훈련이 40년 간 연례적으로 이뤄져 문제될 게 없다는 미국 측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안명훈 차석대사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안이 실행된다면 올해 한반도에서 많은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가능한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결심은 확고히 섰고, 만약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면 한반도에서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리는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제재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데 대해, 미국이 일부러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유도해 정세를 악화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제라도 군사훈련을 그만둬 북한이 핵실험을 유예하면 제재 발동 없이도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관리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장일훈 차석대사가 18일부터 이틀 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간 `반관반민’ 접촉을 위해 14일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