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남북정상회담 카드까지 꺼내 들고 대화 분위기를 띄우던 북한이 한국 측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갈수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지난해 말 북한에 제의한 ‘1월 중 당국 간 회담’과 관련해 1월이라는 시한에 얽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26일 밝혔습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통준위 차원의 대화가 어떤 시한을 정해 놓고 북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국 간 회담 제의는 1월이 넘어 가더라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임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한 군사훈련 중단이나 5.24제재 조치 해제 주장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조치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녹취: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전제조건들은 일단 대화의 장에 나와서 우리 정부와 협의해서 해결해야 될 문제로 대화의 장이 개최되기도 전에 그런 부당한 전제조건을 우리 정부가 들어 준다는 것은 앞으로 진정한 남북관계의 발전, 근본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임 대변인은 이와 함께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일방적 주장만을 하지 말고 대화의 장에 호응해 나와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최근 북한 당국의 잇따른 위협성 발언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단호한 군사대비 태세를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의 26일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대비 태세를 갖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 시 이를 보장하는 군사적 지원 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
이에 앞서 북한 관계 당국은 최근 들어 한국 측 태도를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북한은 2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서 한국 측이 자신들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조치를 왜곡하고 역행하고 있다며 이른바 ‘단호한 징벌’까지 거론했습니다.
또 지난 24일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추격기와 폭격기 훈련을 직접 기획하고 지휘한 소식을 전하며 이 훈련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국에서는 남북대화 재개에 대해 북한 내부에 이견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 “ 국방위 하고 조평통 하고 계속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 같고. 일부에서는 대남정책은 2013년 9월부터 조평통이 하는 걸로 돼 있거든요. 그런데 굳이 국방위가 나선 것을 보면 북한 내부, 일부에서 조평통의 의견에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이와 함께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한 대화 의지를 보이자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 올리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오는 3월 미-한 합동군사연습 전까지 강경책과 유화책을 오가며 남북한의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