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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공산당, 북한 전시회 갈등...김정일 찬양 내용 논란


체코 프라하의 공산당 본부 건물에서 열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사진전에 문제를 제기한 지리 돌레이스 체코 공산당 부서기장. (자료사진)
체코 프라하의 공산당 본부 건물에서 열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사진전에 문제를 제기한 지리 돌레이스 체코 공산당 부서기장. (자료사진)

체코 공산당의 고위 인사들이 북한 전시회를 여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체코 국영 통신사 CTK와 ‘믈라다 프론다 드네스’, 노빈키 등이 최근 보도를 통해 북한 전시회를 둘러싼 체코 공산당의 갈등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체코 프라하의 공산당 본부 건물에서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사진전이 시작됐는데, 내부 반발로 이틀 만에 김 위원장의 사진들이 모두 철거되고 북한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바뀌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지칭하는 ‘광명성절’이라는 단어도 전시회 제목에서 삭제됐습니다.

이 전시회는 체코 공산당의 피터 시무네크(Petr Simunek) 부서기장이 추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대사가 새로 체코 주재 대사로 부임한 것을 기념하며 전시회를 연 것입니다.

하지만 전시회가 시작되자 공산당의 또 다른 간부인 지리 돌레이스(Jiri Dolejs) 부서기장이 11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돌레이스 부서기장은 “북한 지도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이 행사는 공산당의 공식 후원을 받지 않고 있다”며 “나도 언론을 통해 행사 개최를 알게 됐으며 매우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시무네크 부서기장이 단독으로 추진한 개인적인 행사라고 지적하며, 터무니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이같이 비난이 빗발치자 전시회 주제가 김정일 위원장에서 ‘북한의 일상’으로 바뀐 것입니다. 공산당 대변인은 체코 공산당이 새로운 전시회 내용은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체코 공산당은 13일 북한 전시회 문제를 놓고 지도부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최자인 피터 시무네크 부서기장은 전시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으며, 참석자들은 앞으로 비슷한 내용의 행사는 지도부에 미리 알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보이테크 필립 체코 공산당 당수는 회의 뒤 CTK 통신에, 공산당이 이런 행사를 검열하지는 않지만, 사전에 자신에게 이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은 점에 놀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체코 정치권에서도 이번 전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성향의 정당인 Top 09의 피터 가즈디크 의원은 11일 즈프라비 신문에 “대량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에 대한 전시회를 공산당 본부에서 여는 것은 유권자와 공산당에 대한 모독”이라며 “앞으로 스탈린이나 다른 독재자들에 대한 전시회도 열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CTK 통신에 따르면 20일 오전에는 두 명의 남성이 북한 전시회에 항의하며 공산당 본부 건물 입구에 교수형에 쓰여지는 올가미 두 개를 걸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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