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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북한 정찰총국, 신분 위장해 해외 불법행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자료사진)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이 신분을 위장해 해외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해외 금융거래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정찰총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에 제출한 연례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2월 초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전문가 패널의 조사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공작 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 소속 요원들이 신분을 위장해 해외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현금 45만 달러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아 동남아시아 공항에서 체포된 3 명의 북한인들도 정찰총국 소속이었습니다.

이들은 북한 대사관과 무역대표부 직원들에게 발급되는 여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체포 당시 이들은 북한 외무성으로 가져갈 돈이었다며 위법성을 부인했지만 전문가 패널은 불법 무기 판매대금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이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이 근무하던 회사는 정찰총국이 해외에 세운 위장회사로 무기 거래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한 해외 지점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에 군사 통신장비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하면서 여러 나라에 지점과 협력업체들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공개된 정보상으로는 북한과의 연계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들은 프랑스에서도 적발됐습니다. 프랑스 경제재정부는 지난해 1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서 금지한 행위에 연루된 혐의로 북한인 김영남과 김수광의 재산을 동결했습니다.

당시 김영남은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유네스코 파리본부의 계약직 직원으로, 김수광은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 로마본부의 정식 직원으로 각각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국제기구에 위장 취업해 다른 정찰총국 요원들을 해외에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유엔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 해외 금융거래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점점 지능화되고 있으며, 여기에도 정찰총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찰총국 요원들을 동원해 해외에서 비밀 금융거래를 성사시키고 거금의 현금도 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불법 금융거래를 감추기 위해 중간에 몇 단계를 거치는 방법을 썼습니다. 장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외국 기업들이 송금 업무를 대행해줬기 때문에 금융기관들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상 금지된 활동에 필요한 물품은 간접적인 지불 방식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2년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의 잔해를 조사한 결과 압력전송기 2개가 발견됐는데, 북한 무역회사가 영국 기업 ‘로열 팀’으로부터 지난 2006년과 2010년에 각각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6년 거래에서는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염종철이라는 인물이 대금을 지불했고, 2010년 거래에서는 타이완 기업을 끼고 평양의 국제상품전람회에서 지불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판매자인 ‘로열 팀’은 북한 측으로부터 석유산업에 쓸 목적으로 압력전송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장거리 로켓 제작에 쓰일 줄은 몰랐다고 전문가 패널에 해명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해외 위장회사와 중개업자, 간접 지불 방식 등을 통해 불법 거래를 하고 있어 유엔 회원국들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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