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북한 군 창건일을 앞두고 북한 군 출신 탈북 여성들이 북한 여군들의 참혹한 생활상을 폭로했습니다. 굶주림을 못 이겨 도둑질을 하고 성폭행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 없는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여성 단체 뉴코리아여성연합 주최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살인적인 북한의 군 생활 폭로’ 기자회견에는 과거 북한 군인으로 7년 이상 복무했던 4 명의 탈북 여성이 참여했습니다.
북한 인민보안성 소속 군인으로 7년 간 복무했던 김진희 씨, 노동당 입당을 빌미로 군대 내 김일성 동지 혁명사상 연구실에서 부비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신성한 곳으로만 여겼던 연구실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간부 자녀들은 군 복무를 경력으로 활용해 대학이나 간부양성학교에 진학할 수 있지만 자신처럼 평범한 군인은 출세하기 위해 성추행을 당해도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희 씨 / 북한 인민보안성 군인 출신 탈북여성] “북한은 간부 자식들은 알다시피 한 2~3 년 정도만 군 복무하면 공산대학이나 간부 양성 한다면서 다 뒤로 빼지 않습니까. 참 권력이 없는 우리 일반 노동자 자식들이나 농민 자식들이나 진짜 힘들게 영양실조 걸리면서 하는 것이지…”
북한 공군사령부 상위로 12년 간 복무했던 박희순 씨 역시 군대 내 성폭력이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북한에서 남자는 13년, 여자는 10년 군 복무하는 동안 연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성폭력이라는 말조차 몰랐다면서 이런 게 인권 침해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희순 씨 / 북한 공군사령부 상위 출신 탈북 여성] “그 가해자는 그냥 뭐 진짜 아무런 제재가 없는데 오히려 임신된 상대방은 피해자가 돼 가지고 배만 나와서 생활 제대가 된 거예요. 이렇게 북한에서는 상급한테 당해도 말을 못해요. 이게 인권 침해인데 인권 침해인 것을 모르고 군사복무를 하는 겁니다.”
북한 간호중대 복지담당 사관장으로 8년 간 복무했던 안혜경 씨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800g의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군인들이 꽤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안 씨는 배고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게 되고 군복과 군화까지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 정권은 이러한 현실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안혜경 북한 간호중대 사관장 출신 탈북 여성] “96년도에는 우리 간호중대 군복이 저녁에 자고 나면 싹 없어졌어요. 환자들이 간호중대 군복을 다 갖다 팔아먹었어요. 그래서 몇 달 동안 우리 군인들이 면 내의 바람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식으로 우리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아니라 군 약탈자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우리 군인들 생활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예요.”
안 씨는 또 자신이 군 복무할 당시 월급이 3원이었는데 장마당에서 사탕 하나에 1원, 빵은 5원이었다며 군인 월급으로는 빵 하나도 사먹을 수 없을 만큼 비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4군단 상사로 10년 간 군에서 복무한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북한 군인들은 출세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북한의 위협에 한층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