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 카타르의 건설회사에 고용돼 일하다 해고됐던 북한 노동자 90 명이 추방됐습니다. 이들은 북한 측 감독관들의 임금 착취 등 현지 노동규정 위반 때문에 해고됐는데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주가 직접 행동에 나선 첫 사례였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타르에서 건설 노동을 하던 북한인 90 명이 추방됐습니다.
카타르 현지 소식통은 20일 `VOA'에 북한인 노동자 90 명이 두 차례로 나뉘어 카타르를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4일 30 명, 15일 60명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추방된 90 명은 카타르의 유명 건설회사인 CDC (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와 계약을 맺고 일하던 이들로 지난 4일자로 해고됐습니다.
카타르에서는 ‘카팔라’(Kafala)라는 제도를 통해 현지 고용회사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류보증을 하고 있고, 해고된 이들은 즉각 추방됩니다.
CDC는 자사가 고용한 북한 건설노동자 192 명 중 절반 가량을 이번에 해고했습니다.
CDC는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고 안전 절차를 무시하는 등 노동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점이 해고의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VOA’가 단독 입수한 CDC와 쿠웨이트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 간의 회의록에서 드러났습니다.
양측이 지난 2일과 3일 이틀 간의 회의 뒤 작성한 2쪽 분량의 회의록에는 3 명의 북한 외교관들의 서명이 담겼습니다.
회의록에 따르면 CDC는 북한인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노동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그 결과 최근 노동자 한 명이 숨지는 사태까지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 측은 특히 노동자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할 감독관들이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식량이 기준 미달이고, 공사 현장에서 보건과 안전 절차가 계속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DC 측은 이런 모든 문제들 때문에 카타르 당국자들과의 사이에서 매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북한 측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회사는 그러나 북한대사관 측의 요청과 그동안 북한 노동자들의 노고를 감안해 192 명 전원을 해고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90 명만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CDC는 나머지 노동자들도 앞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보건, 안전 규정을 어기고 현장을 이탈해 다른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할 경우 더 이상의 협상 없이 즉각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금지된 물품인 술을 제조하거나 마시고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자재를 훔치는 사례, 또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즉각적인 해고의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CDC는 카타르에서 정부 건물과 특급호텔 등을 건설하는 연 매출 3억 달러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모든 자회사와 그 직원들에게도 국제적인 수준의 윤리규정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건설회사들은 북한 노동자 한 명 한 명과 계약을 맺는 대신 북한 용역회사와 일괄적으로 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북한 용역회사로는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수도건설, 건명건설, 남강건설, 젠코 (Genco)가 카타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강건설 소속 노동자들은 전원 군인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카타르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으로 수도건설과 남강건설이 처음 진출했고, 이어 2010년 젠코가 합류했습니다.
카타르에서는 3천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이들 용역회사들에 소속돼 보도 블록을 깔고 고층빌딩을 짓는 등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VOA'는 지난해 12월 카타르를 방문해 현지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그들의 작업현장과 숙소를 살펴봤습니다.
현지 취재 결과 카타르에서 북한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중 가장 긴 시간을 일하고 있었지만, 월급의 대부분을 상납금으로 떼이고 10%만을 받고 있었습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VOA’의 인터뷰에 응한 한 북한 노동자는 명목상 월급은 미화 750 달러지만 충성자금과 잡비, 저금 등 경비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00 달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3년 일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미화 2천 달러 정도 모으면 잘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당 간부가 임금을 착복해 자신은 돈을 모을 수 없다며, 다시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나요? 죽어도 안 와.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 말이야. 재외는 제 돈 벌자고 나오디 지배인, 당 비서 돈 벌자고 나오는 건 없다. 솔직히 카타르 재외 건설 나오는 사람들은 다 지배인, 당 비서 돈 벌어준다 말이요.”
이 노동자는 해외에 파견되기 위해 뇌물을 쓴 것도 없고 경쟁이 세지도 않다며, 자본금이 없는 사람들이 해외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로서 해외에 파견되는 건 북한에서 일종의 특혜라는 일부의 시각과는 다른 설명입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밑천이 없어서 나갔단 사람이 많았다 해요. 밑천이 없어서. 조국에서 살기 힘들기 때문에 밑천이 있어야 산다. 직업을 하제도 돈이 있어야 되고 아무거나 하제도 돈이 있어야 되니까니. 그래서 돈 때문에 다 재외에 나오지 뭐. 근데 재외에 나와서 실지 나와서 돈 번다는 건 없고…”
그는 북한 감독관들이 하루 12시간에서 13시간씩 일을 시킨다고 밝혔습니다.
현지에서 건설업을 하는 한국인 이모 씨도 북한인들이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건설업자 이모 씨] “그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근로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내지는 어떤 사람들은 주간근무를 하면 야간에 쉬게 되고 야간근무를 하면 주간에 쉬게 되는데 주간 야간을 다 일을 한다든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근로시간을 일을 한다고.”
이번에 카타르 건설회사 CDC가 북한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면서 밝혔듯이, 북한 용역회사가 자국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와 숙소 등 생활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카타르의 한인 건설업자 이종설 씨에 따르면 북한인들의 숙소는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 비해 크게 열악합니다. 이 씨는 2012년까지 움 살랄 모하메드 (Umm Salal Muhammad) 지역에 자신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갖고 있었고, 300미터 떨어진 곳에 북한 노동자 숙소가 있었습니다.
[녹취: 이종설 사장] “ 자기들 자체 숙소니까 더 안 좋죠. 그 사람들 사는 집이요. 합판으로 지었어요 플레이우드. 페인트 칠을 했죠. 굉장히 열악하죠. 지붕은 함석지붕. 합판으로 져서 땅에서 띄어서 전갈 벌레 먼지 들어오니까.”
이 씨에 따르면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들은 공사 기간에 맞추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4년 전 도하 랜드마크 뒤에서 학교를 지을 때는 북한 노동자 40 명이 한 달 간 현장에서 지냈다는 것입니다.
[녹취: 이종설 사장] “합판을 깔고 맨땅에 깔고 그 위에서 담요 덮고 위에 비닐 덮고 새벽에 일어나서 거기서 바로 일한데. 목욕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한 달씩 일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도하 시내 건설현장 앞에서 기자와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북한인 노동자는 식사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북한인 노동자] “밥 같은 거야 까따르에 밥 먹으로 온 사람이 아니니까니. 밥 같은 거는 신경 안 쓰는데 찬거리가 한심하다 말입니다. 너무 한심하니까 먹지 못하겠다 말입니다. 밥은 우선. 내 자체도 한 달에 겨우 식당에서 주는 밥 먹으면 한 숟갈 먹으면 잘 먹겠는데 내가. 반찬이라는 게 지네 한심하니까. 배추 썰어서 삶은 거 볶았다는 식으로..”
카타르에서 일하는 1백4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체구가 작고 행색이 초라하다는 북한 노동자들.
이들은 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 속에 이역만리 카타르에서도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고용주들도 북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전세계 16개 나라에 약 5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연간 23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