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으로 복무했던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 문제를 놓고 미-한 당국자들 간 이견이 표출되는 듯한 상황은 위험하다며 조용한 물밑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당국자들의 잇따른 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I do not believe it is helpful for the public officials of the United State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Secretary of State to make comments about the deployment of THAAD in a pubic form.”
벨 전 사령관은 2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 관리들이 사드 배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을 공공연히 압박해서는 안되고, 매우 민감한 시기에 한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 같은 행보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어 사드를 비롯한 방어력 강화 방안은 미-한 양국간 외교 협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만큼 그런 절차는 조용히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These matters of THAAD or other enhancements to the defenses for the Republic of Korea, a way against the North Korean threat should be a matter of diplomacy between the two countries and those diplomatic overtures and negotiations should be done privately.”
벨 전 사령관은 두 나라 정부간 이견이 표출되는 듯한 최근 상황을 기뻐할 상대는 북한과 중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는 데는 사드 논란을 부추겨 미-한 동맹을 갈라놓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벨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협의 중이라고 운을 뗐을 때도 미국이 한국을 공개석상에서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반면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로렌스 코브 미국진보센터 외교정책 선임연구원은 미-한 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n many ways diplomacy, politics is like a theater. People have to play their parts.”
외교나 정치는 무대와 비슷해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사드 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한국은 북한에 추가 군사 도발 등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도 결국 미국의 제안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게 코브 전 차관보의 주장입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미-한 당국자들 모두 사드 배치에 대한 양국 간 협상을 부인하는 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To me is an indication where both governments abdicating to the political opposition and not upholding their highest responsibilities to provide for the best defense of their people and their country.”
두 나라가 이미 논의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반대 때문에 이를 회피하는 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방어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맥스웰 부소장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킬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은 사드 역량에 훨씬 못 미친다며,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이고 빈틈없는 군사 역량 배치를 한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I do believe that it is absolutely critical that Korea and the United States consult on THAAD and with the U.S. forces in Korea, the U.S. should insist that all proper or effective and prudent military capabilities to be deployed.”
맥스웰 부소장은 만약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을 경우 두 나라 간 동맹까지도 재고해봐야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는 두 나라 모두 원하지 않는 방향이고, 그러기에는 상호 동맹이 너무나 중요하고 굳건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한국 정치인들로부터 국내의 반대와 중국의 반발 등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드 배치 공론화에 반대하는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데는 적극 공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One of two things will happen; either China will recognize that its leadership is required to throttle back North Korea’s missile systems or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will agree to the deployment of THAAD on the Peninsula as a deterrent against continued North Korean missile capability.”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시키기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든지 미-한 양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든지 둘 중 한가지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