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에 다음달 초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5~20%까지 감소할 것으로 한국 정부가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9일 ‘북한의 가뭄 피해와 식량생산 전망’이라는 자료에서 이달 상순까지 강수량 부족이 지속되면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5~10% 감소하고, 대체작물인 옥수수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달 10일을 기점으로 볏모가 말라 죽는 지역에서는 강냉이와 알곡 작물로 교체할 것을 지난달 28일 지시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다음달 5일까지 강수량 부족이 지속되면 감자와 쌀 생산량이 예년보다 급감하면서 올해 북한 전체의 식량생산량이 15~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난달 10일 이전에 파종한 옥수수 생산량도 많이 감소할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식량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한국 정부 관련 당국은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봄 가뭄 때는 기존 저장용수를 활용해 상당 부분 피해를 극복함으로써 북한의 전체 식량생산량은 480만t으로 한 해 전보다 만t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용수 고갈에 비료 부족까지 겹쳐 식량 생산이 많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 정부는 내다봤습니다.
올 봄 가뭄으로 평소 13m 정도이던 함흥 지역의 댐 수위가 최근 들어서는 30cm까지 떨어질 정도로 용수고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또 북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올해는 비료 공급도 덜 되고 있어 식량 사정이 지난해와는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농업진흥청은 다음달 초까지 가뭄이 이어져 북한의 식량 생산이 20%까지 감소하게 되면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384만t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생산량은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잇달아 발생한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러나 `고난의 행군' 때는 배급제에 의지하던 북한 주민들이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굶어 죽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쌀이 부족해도 다른 살아갈 방법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남북대화가 이뤄지면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식량 지원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