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 간 핵 협력의 증거는 없다고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이 최신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두 나라의 핵 협력 가능성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종종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분석한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조사국 CRS는 “이란과 북한이 핵과 관련한 거래나 협력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조사국은 최근 개정한 ‘이란-북한-시리아 탄도미사일과 핵 협력’ 보고서에서 미국 당국자들의 공식 발언을 종합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지난 2007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2008년 정보 당국의 브리핑 등에서 북한-이란 핵 협력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언급이 있었으며, 토머스 컨트리맨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도 지난 2013년 북한과 이란이 핵 협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의회조사국은 자체적으로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을 접촉했을 때도 이들이 미국 정부가 기밀해제한 공식 자료에 북한과 이란 간 핵 협력의 증거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미국 당국자들은 두 나라 간 핵 협력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 4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협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고, 컨트리맨 차관보는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에 대해 우려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의회조사국은 두 나라 간 핵 협력에 대한 언론보도가 일부 있다며, 이란이 북한의 핵실험을 참관한 일 등이 보도됐던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추측일 뿐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두 나라가 핵 협력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플루토늄을 이용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기술과 자료 공유에 따른 이득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이란이 핵 부품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동일한 공급망, 특히 중국의 무역회사들로부터 국제 제재를 피해 핵 기술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입니다. 또 두 나라 모두 어렵게 얻은 부품들을 상대국에 넘겨주길 꺼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의회조사국은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협력이 과거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스커드 미사일을 처음 구입하기 시작했고, 북한은 이후 300km 사정거리, 500km 사정거리 스커드 미사일들을 개발해 이란에 팔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보 당국은 2000년대 후반에도 두 나라 간 미사일 협력이 심도 있게 진행 중인 것으로 계속 평가했지만 최근 들어 두 나라 간 뚜렷한 미사일 협력 정황은 없는 상황입니다.
의회조사국은 이란이 이미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수준을 뛰어 넘었을 수 있고, 여전히 북한에 일부 부품 조달을 의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