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이 제안한 남북 국회의장 회담과 9월 서울안보대화 초청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최하는 광복 70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남측 인사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민간 교류를 앞세워 남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9일 서기국 성명을 통해 남측의 국회의장 회담 제안과 서울안보대화 초청은 남북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흉한 기도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회담을 제안한 남측에 대해 민족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몸가짐부터 갖추라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남측이 안보대화를 벌려놓은 그 자체가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평통은 이어 남북이 마주앉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남측이 대결정책을 버리고 남북한이 합의한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입장부터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한국 정부의 의지를 폄하하고 이를 비난하고 있다며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변인은 하지만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 “정부는 북한이 우리 측이 제의한 여러 가지 남북대화에 호응하면서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북측에 서울안보대화 초청장을 보낸 한국 국방부도 20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거절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한번 더 참석 요청을 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음달 13~15일까지 민족통일대회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백두산에서 자주통일 대행진 출정식을 시작으로 평양과 판문점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모임, 자주통일 결의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진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민족통일대회에 북한 안팎의 각계 대표와 인사들이 참가할 예정이라며 남녘 동포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대화 제안은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여는 민족통일대회에 남측 인사들의 참가를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과거에도 보여 온, 특별할 것 없는 행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늘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는 민간 교류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당국 간 대화는 필요할 때만 응해왔다는 겁니다.
[녹취: 정영태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북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이 하는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들의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당국이 하는 이런 대화에 있어서는 자기들 필요성이 있을 때는 응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패턴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민간 교류를 통해 대남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 “우리 정부에 대해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크지 않나. 민간 차원의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그런 행사를 통해서 우리 민간 쪽 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그를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그런 기조가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당국 간 대화를 거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남북 국회의장 회담 제안과 함께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4회 서울안보대화에 북한 인민무력부부장 급 인사를 초청하는 통지문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