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외교장관들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회의를 무대로 외교전을 펼쳤습니다. 한국은 특히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도발 행동 저지를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외교장관들은 5일 아세안 회의가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참가국들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습니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북 핵 문제 해결과 도발 저지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윤 장관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추동력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두 장관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논의했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한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두 장관이 앞으로 수 개월 내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민감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한반도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조율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장관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만나 북 핵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나라들이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과 대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북 핵 불용과 긴장 조성 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적절한 계기와 경로를 통해 북한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비핵화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계속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세안 외교장관들과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아세안이 한 목소리로 강력한 경고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준수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윤 장관은 이밖에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만나 북 핵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습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리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모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며 "북한을 비롯해 역내 모든 나라의 안보가 충분히 보장되는 것을 원하며 북한의 이해관계가 모두로부터 예외 없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이밖에 파키스탄과 미얀마, 라오스 외무장관과 각각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윤병세 장관과 리수용 외무상은 5일 밤 콸라룸푸르 시내 푸트라세계무역센터에서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서 잠시 만났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만찬에 앞서 27개국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기념촬영을 한 후 윤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