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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쿠바 수교 55주년..."주민 자유, 극명하게 달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왼쪽)이 7일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쿠바 정부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과 얼싸안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왼쪽)이 7일 북한-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방북한 쿠바 정부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과 얼싸안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과 쿠바의 수교 55주년을 맞아 두 나라 지도자들이 평양에서 만나 친선을 과시했습니다. 두 나라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공산주의 국가로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나라 국민들이 누리는 자유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쿠바는 국민의 해외여행을 자유화했을 뿐아니라 외국에 망명한 자국민의 본국 여행을 허가하고 종교자유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쿠바 정부 대표단을 만났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쿠바 공화국 국가 대표단을 접견하시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이날 만난 쿠바 대표는 정부 2인자인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입니다.

양측은 수교 55주년을 맞아 “반제자주의 전초선에 함께 서 있는 전우들”로서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쿠바 대표단을 직접 만나고 모란봉악단의 환영 공연까지 열며 우애를 과시한 것은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현실을 타파하고 쿠바와 미국의 수교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북한과 쿠바는 외형적으로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공산주의 동맹국입니다.

하지만 국민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매우 대조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쿠바 고위 관리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는 로드리게스 씨 (가명)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쿠바와 북한을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드리게스] “북한과 쿠바는 같은 사회주의 제도이지만 쿠바사회는 북한사회와 아예 관계가 없습니다. 쿠바인들이 외국인들과 아무 문제 없이 만나고 자기 의견을 다 알릴 수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들과 아예 만날 수가 없지요.”

북한은 주민들의 외국인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폐쇄적 사회지만 쿠바인들은 당국의 감시 없이 외국인들을 자유롭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겁니다.

쿠바는 특히 2년 전부터 일부 특수계층을 제외한 전국민의 해외여행을 자유화했습니다. 2013년 1월부터 출국허가제를 폐지하고 누구든 여권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에 따라 쿠바인들은 미화100 달러 상당의 여권 발급 비용을 지불한 뒤 가고자 하는 나라의 비자를 발급 받으면 언제든 해외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또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최대 2년 간 체류할 수 있도록 했고, 여권 갱신을 통해 체류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다가 과거 불법적으로 쿠바를 떠나 해외에 망명한 쿠바인들 역시 주재국에서 영주권을 받았거나 출국한 지 8년이 지나면 아무런 제재 없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탈북민들을 “추악한 배신자”, “인간 쓰레기와 오물”로 비난하며 그 가족들까지 범죄자로 취급하는 북한과는 매우 대조적인 조치입니다. 탈북민들을 비판하는 북한 관영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대역죄를 덧쌓고 있는 추악한 인간쓰레기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심하였다.”

쿠바 정부는 1959년 혁명에 성공한 직후 북한처럼 국민의 해외 탈출과 여행을 봉쇄했습니다. 또 조국을 떠난 쿠바인들을 “혁명의 배반자”, “기생충”이라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런 표현을 쓰지 않으며 단순히 `경제 이주민’으로 통합해 부르고 있습니다.

쿠바 정부가 이렇게 정책과 태도를 바꾼 이유는 심각한 경제난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쿠바 전문가인 미 외교관 출신 게리 메이바덕 박사는 ‘VOA’에 지난 20년 간 쿠바인들의 경제적 자유가 커지면서 정부가 해외여행 자유화 등을 통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메이바덕 박사] “When the economic crisis came, more and more people entered….”

메이바덕 박사는 쿠바가 옛 소련의 붕괴 뒤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과 같은 ‘특별기간’ (Período especial) 을 겪으면서 암시장 등 민간경제가 커졌고 정부가 경제적 통제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동지이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에 오르면서 쿠바인들의 경제 자유가 더욱 커졌고 주택과 자동차 매매, 손전화기 보유, 심지어 외국 관광객들의 전유물이었던 호텔 투숙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메이바덕 박사는 쿠바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던 베네수엘라 마저 정치 불안정에 따른 경제 위기를 겪고 있고 정부에 대한 쿠바인들의 신뢰가 계속 떨어지자 라울 카스트로 의장이 지난 몇 년 간 해외여행 자유화 등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이바덕 박사] “The reform has taken place this decade, particularly, last four-five years….”

정치적 통제는 유지하면서도 쿠바인들의 경제 자유를 확대해 정부의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쿠바 정부가 국민의 해외여행 규제를 없앤 것 역시 해외에 나가 일을 하고 공부를 해서 돈과 전문성을 모두 조국으로 가져오라는 게 핵심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이런 취지 때문에 쿠바 정부는 미국 망명을 시도하다 실패해 돌아온 주민들에게 조차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바인들은 과거 뱃길로 불과 145km 떨어진 미 남부 플로리다 주를 향해 수 십만 명의 주민들이 망명을 시도했었고 해상에서 강제추방된 주민들은 쿠바 당국의 처벌을 받았었습니다.

미 정부는 1995년부터 쿠바 망명객들이 해상에서 적발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해안 육지에 도착하면 망명을 인정해 거주권을 발급하는 특별정책(Wet feet, dry feet policy)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현재 180만 명의 쿠바 이민자들이 살고 있고 이들이 쿠바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송금하는 규모가 지난해에는 20-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미 정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송금이 쿠바의 민간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쿠바 정부에도 수익이 되고 있기 때문에 쿠바 정부가 이를 호의적으로 볼 뿐아니라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쿠바와 북한 사회가 다른 것은 이런 주민의 경제 자유와 이동의 자유 뿐아니라 종교의 자유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쿠바 정부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같은 ‘특별 기간’에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1992년 종교자유법을 개정했습니다. 경제난 책임에 대한 국민의 화살을 딴 곳으로 돌리고 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가정교회 등 기독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겁니다.

쿠바의 개신교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금은 인구 1천 1백만 명 가운데 15-20%가 개신교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 남침례교단에 따르면 1990년 238개에 불과하던 쿠바 내 침례교회가 2014년에는 가정교회를 포함해 8천 779개로 늘었습니다.

쿠바 고위 관리 출신인 로드리게스 씨는 쿠바는 북한처럼 권력 세습이나 우상화도 없다며, 겉으로 보는 정치행사 외에는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드리게스 씨]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인간적 경의를 표시하고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피델이나 라울 카스트로에 대한 동상도 없어요. 거기(쿠바)에 들어 갈 때는 (북한과) 완전히 다른 사회를 보시리라 믿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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