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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분단의 아픔 보여줘'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면회소에서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금강산면회소에서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며, 상봉 행사가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21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65년 간 떨어져 살았던 부부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순규 할머니는 1949년 12월 남편 오인세 씨와 결혼했지만 불과 7개월 뒤인 1950년 7월 6.25 전쟁이 나면서 헤어졌습니다. 남편이 인민군에 징집돼 북한으로 간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아들을 낳아 홀로 키우고, 바느질과 농사일로 시부모를 공양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남편과 처음 살았던 집에 머물며 재혼하지 않고 평생을 혼자 살았습니다.

이 할머니는 65년 만에 남편을 만나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는지 모른다”며 “너무 많이 울어 눈물이 다 말랐다”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헤어질 당시 뱃속에 있던 아들은 64살의 할아버지가 돼 생전 처음 만난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전쟁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된 분단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줬는지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없는 것은 물론, 편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안부를 전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AP통신'은 88살로 이번 상봉 대상 중 최고령자인 북한의 리흥종 할아버지 가족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두 살 때 헤어진 딸을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된 딸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 짓자, 리 할아버지는 소리 죽여 울기만 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AP통신'은 노인들이 수 십 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점에서, 또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격한 감정을 느낀다며,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이들 중 또 다시 만난 이들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또 이산가족 상봉은 한반도가 아직 기술적으로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상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수 십 년 간 아시아 문제를 다뤄온 도널드 커크 기자는 22일 미국 `월드트리뷴' 신문에 쓴 칼럼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마지막 만남을 갖기 위해 상봉행사에 참여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2000년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시작했을 땐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작 20 차례만 상봉이 이뤄졌다고 커크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수도꼭지를 열었다 잠궜다 하듯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중단하고 재개했다는 것입니다.

커크 기자는 북한이 이같은 가족 상봉을 이용하는 것은 정권의 잔인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기약 없이 상봉을 기다리는 건 몹시 고통스럽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2일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는 남북 언론의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00 개가 넘는 신문이 1면에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지만,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활동을 장황하게 전하다 5면 하단에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짧게 언급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또 한국 언론은 이산가족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소개한 반면, 북한 관영언론은 이산가족 상봉을 사회주의 체제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1년 8개월 만에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96 가족이 남한 가족과 20일에서 22일 1차로 만났고, 24일부터 26일은 남한의 90 가족이 북한 가족과 만났습니다.

이산가족들은 행사에서 모두 6 차례 12 시간에 걸쳐 만났습니다. 단체상봉, 환영만찬, 개별상봉, 공동중식, 단체상봉, 작별상봉 순서로 2시간씩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 신문은 “다음 생애에서 다시 만나자”는 이산가족의 말을 전하며, 이산가족 상봉은 분단된 가족이 일생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행사라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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