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던 중국 공산당 정치국 류윈산 상무위원의 모습이 최근 방영된 북한의 기록영화에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중 관계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다시 경색되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 TV'가 평양시각으로 9일 오후 6시 30분 방영한 ‘혁명적 대경사의 해 2015년’이라는 기록영화에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의 지난해를 결산한 기록물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행사를 포함해 모두 30여 편으로 구성됐으며 열병식 행사 장면은 5 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0월 열병식 행사를 즈음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방북한 중국의 최고위 인사인 류윈산 상무위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당시 류 상무위원은 김일성광장의 귀빈석인 주석단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바로 뒤에서 입장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비쳤습니다.
또 류 상무위원은 열병식 내내 김 제1위원장의 왼쪽 옆자리에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거나 김 제1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손뼉을 치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김 제1위원장과 류 상무위원이 함께 손을 흔들고 환담하는 사진도 적극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류 상무위원의 이런 장면이 이번 기록영화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록영화의 노동당 70주년 열병식 관련 부분에서 김 제1위원장의 근접촬영 장면은 모두 8 번 나오는데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6 번, 그날 밤에 열린 경축 야외공연 때 2번 등입니다.
TV영상 편집 전문가들은 영상을 확대하는 방법을 사용해 이런 장면에서 류 상무위원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게 삭제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동안 얼어 붙었던 북-중 관계는 류 상무위원의 노당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참석으로 해빙 조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이 ‘수소탄 실험 성공’을 발표한 지난 6일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단하라’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며 ‘결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 모란봉 악단의 지난달 중국 공연 취소와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가 다시 경색되면서 냉랭해진 분위기가 이번 기록영화 편집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북-중 관계 악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북-중 관계가 장기간 경색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렇게 분석합니다. 중국이 대북 제재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든지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맞대응 하겠다, 악화도 감수하겠다 그런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중 관계의 전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