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라진-하산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에 북한에 기항했던 외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데 따른 것입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YTN뉴스 클립]
지난 2013년 11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포스코의 박기홍 사장과 러시아철도공사 부사장이 라진·하산 물류협력사업 협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광물 등 화물을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복합운송 프로젝트입니다. 하산에서 라진까지는 철도로, 그리고 라진에서 한국으로는 배로 화물을 운송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개발 사업의 하나로 라진-하산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하산과 라진 사이 철도 54km 구간을 보수했고, 북한과 함께 사업을 담당할 회사인 '라선콘트라스'를 세웠습니다.
협정에 따라 한국 쪽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상선, 한국철도공사가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됐고, 양해각서 체결 이듬해인 2014년, 한국 업체들이 라진항을 방문해 현지 시설을 점검했습니다.
현지 점검이 끝나고 2014년 11월 처음으로 하산을 출발한 러시아산 유연탄 4만t이 라진항에서 한국 포항항으로 시범운송됐습니다.
뒤이어 2015년 4월에 이뤄진 2차 시범운송은 1차 보다 화물 규모가 3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당시 러시아산 석탄 14만t이 라진항을 거쳐 한국 광양, 당진, 보령으로 운송됐습니다.
[녹취: YTN뉴스 클립]
2015년 11월 3차 시범운송에서는 5만t급 벌크선박 2 척을 비롯해 1만t급 컨테이너 선박 1 척이 운행됐습니다. 이 3차 시범운송에서는 유연탄 12만t이 광양과 포항으로, 그리고 컨테이너 10개 분량에 달하는 중국산 생수가 부산항으로 운송됐습니다.
3차 시범운송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사업에 참여한 한국 업체들은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하는 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는 문제를 검토해왔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육로와 해로로 한국을 유라시아 대륙과 잇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라진-하산 프로젝트에 위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진행되던 남북협력기금 투입 심의가 중단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추진하자 라진-하산 프로젝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나왔지만 러시아 정부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녹취: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 - 러시아어]
라진-하산 프로젝트의 러시아 측 책임자인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던 지난 2월 말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채택될 제재 결의안의 범위 안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철도공사 측도 러시아 언론에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특히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북한 항구에서 수출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결의안에 넣는 등 라진-하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비탈리 츄르킨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뒤 기자들에게, 북한 항구를 이용해 러시아산 석탄을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쪽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8일 독자 제재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결국 중단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업 중단 의사를 이미 러시아 쪽에 통보했고, 러시아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약 3억 달러 이상을 라진-하산 프로젝트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