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이례적으로 탈북자의 사연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자유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긴 투쟁’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최근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 주찬양 씨의 사연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녹취: 주찬양] “외부정보를 접하다 보니까 우리가 속고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 그 때 아버지가 우리 자식들은 이런 데서 살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아빠가 먼저 1차로 가시고 나머지 가족들도 가고 제가 남았을 때는 18살이었어요.”
주 씨는 자신이 북한에 남으면 가족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 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주 씨는 밝혔습니다. 보위부의 끊임없는 감시가 계속됐고, 특히 몇 시간만 차를 타고 가면 볼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주 씨를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주 씨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녹취: 주찬양 어머니] “자식을 두고 왔다는 고통은 다른 어디에다 비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진수성찬을 차려놔도 맛이 없고, 잠을 자도 편히 못자고 악몽에서 헤매지요…”
주 씨는 마침내 2010년 북한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중국으로 탈출한 주 씨는 체포되면 북한으로 송환돼 처형될 위험 속에서 태국으로 건너간 뒤 한국으로 가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 씨는 가족들을 만난 다음날 아침 눈을 뜰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찬양]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아버지 목소리도 들리고 동생들 목소리도 들리는데 눈을 못뜨겠더라고요, 이게 꿈 같아서. 눈을 뜨면 무언가 딱 깰 거 같은 그런 거…”
서울에 정착한 이후 새로운 자유와 문화에 적응하기에 바빴던 주 씨는 이제 TV 출연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주 씨는 북한에 있을 때 몰래 목숨을 걸고 자유의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지금도 북한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 단체인 ‘링크’의 박석길 국장은 주 씨의 노력은 탈북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석길 국장] "She is helping South Koreans, even international audiences understand a lot ……"
한국인들 뿐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이해하는데 주 씨의 그 같은 노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주 씨는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주찬양] “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런 것을 깨닫고, 한 민족이 지금 분단돼 있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을 향해서 힘내서 올 수 있도록 푸시하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 하는 것 같아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유엔 내에서 인권 문제를 총괄하는 기구로, 지난 몇 년 동안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설치와 COI 최종 보고서 발표,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 개소 등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