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은 지난 2012년의 ‘은하 3호’와 거의 모든 면에서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광명성’ 발사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감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은 지난 2월 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해상에 떨어진 잔해물 여러 점을 수거해 국방과학연구소, ADD에 보내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27일 ‘그 결과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이 지난 2012년 12월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이번에 수거된 잔해물은 북한이 지난 2012년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의 잔해물과 크기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단 추진체 엔진 노즐 출구 부분의 직경을 비롯해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를 잇는 중간단의 길이와 상, 하부 직경 등이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국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은 이와 함께 연료탱크 잔해물에서 발견된 ‘3’이라는 아라비아 숫자에도 주목했습니다.
연료탱크가 서해 해상에서 수거됐을 때만 해도 이 숫자는 식별되지 않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들이 표면에 칠해진 페인트를 벗겨내자 ‘3’이라는 숫자가 발견됐습니다.
이 아라비아 숫자 ‘3’의 오른쪽에는 한글로 ‘성’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은하 3’의 세 글자가 적힌 미사일에 페인트칠을 한 다음 ‘광명성’이라고 덧쓰고 마치 새로운 미사일인 것처럼 선전하며 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국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을 쏜 지난 2월 7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9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거리 미사일에 ‘광명성’이라는 새 이름을 붙임으로써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2월 감행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기술을 향상시키려는 실험이라기보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게 한국 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 2월 쏜 장거리 미사일의 위성보호 덮개-페어링을 분석한 결과, 위성 보호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북한이 당시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이 위성 개발 목적이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이었다는 증거라는 평가입니다.
만약 위성을 개발할 목적이었다면 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페어링에 진동충격 방지 장치와 소음 보호 장치 등이 있어야 하는데 잔해물에는 이런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한국 군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