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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 당 대회, 김정은 정권 공고화 목적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리는 평양 4.25 문화회관에 5일 붉은 노동당 기가 걸려 있다.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리는 평양 4.25 문화회관에 5일 붉은 노동당 기가 걸려 있다.

오는 6일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에서는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치적 과시와 함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 제시될 전망입니다.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 공고화와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기사 보기] North Korea Set to Celebrate Kim Jong Un’s Era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7차 당 대회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체제 안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 대회는 당의 최고지도기관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90년대를 전후로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로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1980년 이후 당 대회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36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당의 최고 정책결정 능력을 회복함으로써 당 중심의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구축을 공고히 하려 할 것으로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부원장입니다.

[녹취: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 “이번 당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으로서의 김정은의 지위를 확고하게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입니다. 80년 6차 당대회 때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것이 핵심이었듯 7차 당대회 역시 김정은 집권 5년차를 맞아 김정은 정권이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7차 당 대회의 핵심 목표는 최고지도자로서의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김일성과 김정일 수준까지 격상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김 제1위원장을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4차 핵실험 이후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김정은 강성대국’ ‘김정은 조선’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 대회를 계기로 김 제1위원장이 새로운 직책에 추대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집권 5년 간의 치적을 과시하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7차 당 대회가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의 구체적인 국정과제가 담길 ‘휘황한 설계도’에 핵 무력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 노선이 보다 정교하게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장용석 선임연구원] “신년사에서 언급한 ‘휘황한 설계도’는 비전을 의미하는데 북한이 2013년 병진노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입각한 보다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대회가 과거를 평가하면서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시하는 자리인 만큼 병진노선의 바탕 위에서 무엇을 더 내놓을 지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 보유를 정당화하면서 핵 무력 고도화에 기반한 통치전략 구상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올 초부터 이어진 4차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잇단 도발이 7차 당 대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사실상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축포 성격인 수소탄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것도 ‘핵 강국 실현’이라는 병진 노선의 성과를 김 제1위원장의 치적으로 내세워 체제 결속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한국 정부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전후로 핵무기 실전배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핵탄두를 이용한 5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2년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문화한 데 이어 당 규약에도 핵 보유국을 명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4차 핵실험 이후 정세 전개와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병진 노선의 성과를 총화하고 핵 무력에 기초한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총적 목표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이 내놓을 경제 분야의 청사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선대에 비해 리더십이 취약한 김 제1위원장의 경우 경제 분야의 성과를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역대 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3~5차 당 대회 땐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을, 6차 당 대회 땐 ‘사회주의 경제건설 10대 전망 목표’라는 분야별 전망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인민생활 향상에 방점을 둔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을 제시하거나 북한식 경제관리 방법을 강조하는 등 향후 북한 경제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 보유국임을 내세우면서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언급한 ‘휘황한 설계도’에는 경제발전 계획 뿐아니라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위한 포괄적인 국가개조 구상이 담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북한 당국의 고민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자강력 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주민 동원을 통한 단기 성과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병진 노선으로 경제발전의 환경이 마련됐음을 연일 강조하면서 ‘70일 전투’를 선포, 자강력 제일주의를 구호로 전 분야의 증산을 독려해왔습니다.

대남 통일정책의 변화 여부도 주목됩니다. 숭실대 이정철 교수입니다.

[녹취: 숭실대 이정철 교수] “대남통일정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노동당 규약 전문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과업을 수행’이라는 문구를 수정할 지 여붑니다. 만일 범위가 전한반도가 아니라 북조선만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투 코리아’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일이 더 이상 긴박한 첫 번째 사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규약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통일방안을 낼 수 있는데 연방연합적 통일방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체제를 공식화하면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대남, 대외 정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비전이 제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평화협정 체결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이념이 선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정성장 실장] “올해 들어 북한에서 사라졌던 공산주의라는 단어들이 여러 차례 노동신문에 등장한 가운데 냉전시대 이데올로기로 사회주의 국가들이 이미 폐기한 이념을 북한이 다시 부활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과거 스탈린 시대의 논리들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는데 정치사상적으로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부활시키면서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중적인 형태로 북한의 이념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 대회를 계기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정권의 ‘청년중시’ 정책에 따라 당 대회를 전후로 청년층 중심의 세대교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인제대 진희관 교수는 당 대회의 특성상 큰 폭의 인적 개편보다는 노, 장, 청의 조화를 이루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진희관 교수]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의 경우 이미 두 차례의 당 대표자회에서 정리가 된 만큼 일부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의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우려하는 것이 노, 장, 청의 조화를 어떻게 하느냐 문제인 만큼 북한 최고 축제인 당 대회의 특성상 노, 장, 청의 조화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체제 결속과 정권의 공고화를 도모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역점과제로 제시해온 인민생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병진 노선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당 대회 개최가 김정은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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