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선포한 전략이 구체성이 부족한데다 대외 여건도 불리해 성공하기 힘들다고 예상합니다. 이 소식,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인민 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 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5년 또는 7년 정도의 '경제발전 계획'을 발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계획'이 아닌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런 명칭이 북한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 "그것은 선행부분이 문제가 되겠죠. 먼저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서 우선적으로 정하고 실천해보자는 얘기죠. 선행부분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와 식량문제겠죠.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것이 수송이나 지하자원 개발문제..따라서 경공업 같은 것은 뒤로 밀리겠죠."
한국 산업은행 김영희 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이 ‘5개년 전략’으로 부르는 것은 ‘선 핵’과 연관이 있다면서, 이는 인민경제발전이나 개혁개방, 그리고 외자유치 등을 강조하기보다는 5년 동안 핵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북한경제팀장 / 한국산업은행] “핵 소형화를 5년 안에 완성하려 하니까 이때는 절대 대북제재가 해결될 수 없죠. 그래서 목표치를 세우고 5년 안에는 대외 개방 이런 것은 축소시키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경제문제를 해결해보자, 그래서 실현할 수 없는 것보다는 이런 과제를 제시하고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김영희 팀장은 또 북한이 ‘경제발전 계획’이 아닌 ‘경제발전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북한에서 ‘계획’은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법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북한이 ‘목표’가 아닌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5개년 전략'의 성공 여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다수였습니다. 한국 IBK 경제구소의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은 '5개년 전략'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5개년 전략에 들어가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면 북한 경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목표 자체는 인민경제의 활성화하고 균형 성장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하겠지만,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내용을 보면 먼저 전력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역대로 보면 몇십 년 동안 전력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했지만, 여전히 전력 사정을 어렵거든요. 그런데 5년 안에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자체 힘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는데 방법이 없어요. 외부로부터 자본과 기술의 도입 없이는 자체적 역량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보여져요. 외부의 자본, 기술도입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당분간 힘들 겁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특히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이른바 '병진노선'이 북한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BK 경제연구소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번 당대회에서 핵 문제에 진전을 보이고 경제를 개발하겠다고 했으면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협력과 투자를 통해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데, 이번 당대회에서 내세운 것은 핵-경제 병진노선, 그러니까 핵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그러니까 병진노선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말인데, 불가능한 말입니다."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문수 교수도 핵 무력과 경제 병진노선이 김정은 시대의 국가전략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만큼 순수하게 본격적인 경제발전만을 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 같은 시장화 정책이 '5개년 전략' 기간 더 확대될 것으로 양문수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양문수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표면적으로 자율성을 획득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겁니다만 기본은 시장입니다. 개별경제주체들 특히 기업과 가계의 행동 폭이 훨씬 더 넓어지고 사실은 북한의 돈주들이 지금 만만세를 부르고 있는 세상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양문수 교수는 하지만 이런 북한식 개혁, 개방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 개방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