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열린 노동당 대회에서 전력 문제 해결을 최우선 당면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북한의 발전량이 1억kWh 증가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6%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자본과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란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난의 핵심 요인이자 경제 재건 추진에 최대 걸림돌로 만성적인 전력난을 지적합니다. 정상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경제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7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선결조건으로 전력 문제 해결을 꼽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홍순직 객원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순직 연구위원] “북한 경제난의 시발점이 바로 전력난입니다. 공장이 돌아가야 물건이 나오고 이를 통해 외화를 확보해 설비나 연료를 구입해 경제가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전력 공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북한으로선 당장 먹고 사는 식량 문제와 함께 산업이 정상 가동되려면 전력이 정상 공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거죠.”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전량이 1억kWh 증가할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26%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기연구원 윤재영 책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윤재영 책임연구원] “북한의 경우 한국에 비해 전력이 부족해 적은 양의 전력을 공급해도 경제성장률이 크게 오르는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의 전력 통계 추정치가 맞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의 발전량이 210억 kWh를 넘는 상황에서 1억kWh를 더 공급하면 가동이 중단된 공장이 돌아가고 산업생산력이 늘어나게 돼 이를 경제성장률로 환산하면 0.26%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북한의 발전량은 216 억kWh로, 한국의 70년대 후반 1인 당 발전량 수준에 불과합니다. 같은 해 한국의 발전량은 5220억 kWh로, 북한의 24 배에 달합니다.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2007년 795만kW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희천발전소를 비롯한 발전소 잇단 준공으로 2014년 725만kW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1987년에 발표한 제3차 7개년 계획의 발전설비용량 목표치인 1천700만kW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겁니다.
이 같은 전력 부족 현상은 북한의 산업가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2013년 탈북자 1천7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한 내 공장과 기업소의 하루 평균 전력공급 시간은 11.9시간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력 공급 중단 시 자체 발전을 통해 전력 공급을 한 곳은 14.9%에 불과했습니다.
2011년 이후 공장 내 생산라인 평균 개수는 18.6 개로, 이 가운데 가동된 라인은 절반 미만에 그쳤습니다.
북한 전력산업 부문의 낙후성은 자력갱생 원칙에 따른 에너지정책과 경제구조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선임연구원] “90년 경제위기 때 당시 가진 설비들이 대부분 러시아와 구 소련 지어준 것으로 기술 지원과 부품 지원 등이 끊기면서 상시적으로 기계적인 정비나 보수를 해줘야 하는데 부품과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여기에다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산업 전체가 동반 부실을 겪게 돼 발전 부분이 필요로 하는 중간투입재 관련된 공급이 어려워진 측면도 작용했죠.”
문제는 북한 전력 수급의 60%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이 가뭄과 겨울철 갈수기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도 2014년에 이어 지난해 6월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국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수력발전소의 노후화로 인해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내 수력발전 설비의 경우 40년 이상 된 설비가 전체의 3분 2에 달합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희천발전소와 백두산 영웅청년발전소 등이 준공됐지만 지형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설계로 전력공급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국 전기연구원 윤재영 책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윤재영 책임연구원] “북한의 경우 지형지세가 가파르고 강수량이 작아 물이 빨리 흘러 들어가 버리는데 북한은 이 같은 지형지세나 산림 녹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대 용량보다 더 크게 발전설비를 설계합니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는 최대 용량으로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는거죠.”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화력발전소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력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화력발전소에 대한 석탄 공급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대형 화력발전소 대부분은 1960~80년대에 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와 중국의 도움으로 건설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이들 국가로부터 기술과 부품 지원이 중단되면서 적정한 유지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화력발전 설비의 83%가 1960년~70년대에 건설돼 설비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력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중유 부족도 큰 걸림돌입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무연탄 화력발전소의 경우 중유를 섞어 떼도록 설계가 돼 있습니다. 발전연료로서의 무연탄이 가지는 열량 등을 중유가 보충해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북한은 중유를 조달 못해 북한의 정유공장에서 생산하는 중유는 북한 발전소 소비량의 5분의 1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예전에는 kedo 건설이나 6자회담 재개 당시 국제사회가 중유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발전용 중유가 부족하니까 가동 여건이 악화된 측면이 있죠.”
열악한 송배전망도 북한 전력난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북한의 발전설비는 비전산화와 비자동화, 노후화 등으로 주파수와 전압이 불안정해 고장이 잦고 손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송배전 손실률은 발전량의 20% 이상으로, 한국의 3.5%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북한은 이 같은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재생에너지법을 만든 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통해 자연에너지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는 한편, 일반 가정에서도 소형 태양광 발전을 구입해 전력 수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의 민간단체 관계자는 개성 시내 곳곳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택이나 건물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태양광 발전설비 도입액은 2012년 1만 8천 달러에서 지난 2014년 70만 2천 달러로 급등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국가 차원의 전력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노틸러스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의 총 전력생산량 가운데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전력 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전력난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자본과 기술 도입이 관건이라고 강조합니다. 한국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전력난 해결은 북한 자체의 자금과 기술 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핵 문제 해결 등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자본 유치와 기술 도입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전기연구원 윤재영 책임연구원은 올해 북한의 전력 사정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수량 증가와 대중국 석탄 수출 감소와 같은 긍정적 요소와, 대북 제재에 따른 외화벌이 위축과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중전기기 수입 감소 등 부정적 요소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