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등을 위해 해외에 내보낸 사람들 가운데 한국으로 망명한 이들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는 모두 815 명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난 수치로, 2011년 말 김정은 체체가 북한에 들어선 뒤 탈북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2009년 2천914 명까지 늘었던 탈북자 수는 2011년 2천706 명, 2012년 1천502 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013년 일시적으로 1천514 명으로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을 뿐 또 다시 2014년 1천397 명, 지난해 1천276 명으로 줄었습니다.
김정은 정권 이후 탈북자 수가 계속 감소한 이유는 북한 당국의 국경 감시와 탈북 관련 처벌이 강화됐고 식량난 등 경제 사정이 일부 나아진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탈북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와 탈북 활동 지원가들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내보낸 인력들의 이탈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 일명 ‘하나원’에서 북한인권 실태 관련 탈북자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북한의 해외파견 인력의 한국 망명 사례가 과거엔 한 해 한두 명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에서 해외로 탈출하는 숫자가 증가한 것은 아니에요. 이미 해외에 나와 있던 일꾼들이나 근로자들이 탈출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숫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탈북자 규모가 더 늘어난 것이고요.”
동남아 지역에서 탈북 지원 활동을 펴 온 김희태 ‘북한인권 제3의 길’ 사무국장도 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태국 이민국수용소나 라오스 국경지대에서 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합법적으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한국 망명이 크게 늘어났음을 체감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태 사무국장 / 북한인권 제3의 길] “단둥이나 투먼 같은데 북한과 중국간 MOU (양해각서) 관계를 통해서 5만 명 이상의 노동자 계약이 있었고 그 중에 2만 명이 현재 중국에 나와 있는데 그 분들이 나와서 저희들이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통해서 ‘아, 최근에 이렇게 합법적으로 나온 분들 중에서 여기까지 탈출해서 라오스나 태국까지 오시는구나’ 이런 것을 많이 접하게 되다 보니까 알게 되는 겁니다.”
김 사무국장은 이 같은 현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지만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출이 있었던 올 봄부터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해외파견 인력의 망명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로 본국으로의 외화 송금 압박이 더 커진 때문이라는 관측을 제기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대북 제재 효과가 북한 내부에서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외화벌이 일꾼으로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해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해외파견 인력들은 대북 제재 이후 본국 상납금 부담이 커진 게 탈북을 감행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초 중국 닝보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 명이 집단으로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이어 6월 초엔 중국 산시성 웨이난시 소재 북한식당인 평양선봉관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3 명이 입국했습니다.
김희태 사무국장은 그러나 북한의 해외 인력 송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망명 증가세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며, 대북 제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