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진하는 경제개발구가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일부 진행됐던 투자상담 마저 끊긴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문기사 보기] Are UN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Working?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개발구 사업의 핵심 요소인 외부 투자 유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한국의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주변정세가 나빠지면서 경제개발구와 관련한 모든 것이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사실상 외국 기업 유치는 '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말까지 상담은 외국 기업과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과의 상담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는데..."
임을출 교수는 4차 핵실험 전까지만 해도 중국 국경과 가까운 북한 지역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상담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중국과의 국경에 가까이 있는 개발구, 예를 들면, '무봉경제개발구'라든지 '온성섬경제개발구', 이런 쪽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수립이 되고 중국 쪽 투자계획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 특히 중국이 참여하는 제재 이후에는 이런 움직임이 거의 중단됐다고..."
북한과 중국경제 전문가인 애덤 캐스카트 영국 리즈대학 교수도 임을출 교수와 같은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캐스카트 교수] "In general we don't see rapid move forward..."
경제개발구 활성화, 그리고 이에 필요한 외부 투자 유치에서 전체적으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14개 경제개발구 지정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듬해인 2014년 신년사에서 경제개발구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텔레비전의 보도입니다.
[녹취: 김정은 국무위원장] "대외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 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 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벤저민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은 경제개발구 건설이 북한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Like the speical economic zone is one of the issues..."
교역 상대 다양화, 지하자원의 합리적 관리를 비롯해 경제개발구 진흥이 북한경제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개발구의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개발구별로 살펴보면 먼저 북한과의 무역거점인 중국 단둥과 마주한 '신의주 국제경제지대'의 경우 별 실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국 리즈대학의 애덤 캐스카트 교수입니다.
[녹취: 캐스카트 교수] "Move forward with China's help..."
가장 중요한 중국에서 신의주 쪽으로의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캐스카트 교수는 그러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 경제개발구에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을 드나드는 기업인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신의주 국제경제지대'와 가까운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에 사무실을 연 타이완 기업인 피터 팬 씨는 `VOA’에 개발구가 아직도 황량하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피터 팬 사장] (중국어)
입주한 곳 주변이 여전히 농사짓는 땅이고 기반시설이 없어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머지 경제개발구들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경제개발구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은정 첨단기술구'는 여전히 기획단계에 머물고 있고, '원산-금강산 관광특구'는 외부 투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한때 활기를 띠기도 했던 '라선경제특구'도 지난 2013년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고 `VOA’에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개발구가 외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교수입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I think that the biggest problem is political..."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핵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외부 투자를 유치해 경제개발구를 살리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구상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벤저민 실버스타인 객원연구원도 불안한 주변 여건이 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 would say that..."
핵실험과 같은 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은 투자 유치에 치명적이란 것입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이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 경제개발구 규정을 정비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해결하지 않고 외부 투자를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현지 사정에 밝은 일본 '주간 동양경제'의 후쿠다 케이스케 부편집장도 북한이 경제개발구에 필요한 외자 유치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후쿠다 편집장] "성공할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다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둘러싼 경제적인 환경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대외환경이 호전하지 않는 한 외자를 필요로 하는 경제특구 건설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사회기반시설도 투자 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중국처럼 경제개발구의 도로나 전력, 상하수도망 같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1991년 '라진-선봉 경제특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8개의 경제개발구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상적으로 가동됐던 구역은 올해 초 폐쇄된 개성공단이 유일합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