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올해 북한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생활환경을 살펴보기 위한 종합지표조사(MICS)를 실시합니다. 유엔은 북한이 제공하는 통계자료 만으로는 북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는 ‘VOA’에 올해 북한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영양과 건강 상태, 식수와 위생 등 전반적인 생활환경을 살펴보기 위한 종합지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니세프 아시아 지역 사무소의 크리스토퍼 드 보노 대변인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 당국과 종합지표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드 보노 유니세프 대변인] “Actually we have now preliminary agreement with government to undertake 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 staring in 2016 and want to finish until in 2017. It will be a sample survey, we’ll be looking at a wide range of humanitarian indicating including health, nutrition, water access and sanitation…”
어린이와 여성 등 북한 내 취약계층이 마시는 물이 안전하지, 이들이 사용하는 위생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며, 조사는 내년에 마무리 될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종합지표조사는 유니세프가 지난 1995년 세계 각국의 어린이와 여성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정확한 자료 수집을 위해 개발한 조사방법으로, 어린이 생존율과 영양실조율 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북한에서는 이 조사가 지난 1999년 처음 이뤄진 이래 10년 만인 2009년에 이어 다시 7년 만인 올해 세 번째로 실시되는 겁니다.
드 보노 대변인은 북한이 제공하는 통계자료 만으로는 많은 경우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드 보노 유니세프 대변인] “So for example, the administrative data in DPRK about access to water is about how many households have access to water that comes from tap. Whereas what UNICES’d like to have is how many households use those tap and what the quality of water that is because …”
북한이 제공하는 자료는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지 만을 보여주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지, 수돗물의 수질은 어떤지 등을 알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유엔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과 관련한 통계자료는 많은 경우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며,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014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에서 북한 내 상수도 보급률이 82.1%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상수도 시설이 남한의 60~70년대 수준으로 매우 노후화돼 있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북한을 오가며 수자원 개발 등 대북 사업을 진행해 온 한국 기아대책 안향선 자문위원의 말입니다.
[녹취: 안향선 한국 기아대책] “이미 시설은 노후화 돼 있고,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펌프 시설부터 공급되는 과정까지.”
상수도 보급률은 82.1%로 조사됐지만 이 수치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통계자료는 또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엔은 올해 발표한 ‘2016 대북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2012년 현재 어린이 27.9%가 영양실조로 발육부진 상태이고, 4%는 체력저하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최근 영양 상태에 대한 자료가 없어 4년 전 자료를 발표한 겁니다.
북한 통계자료는 심지어 발표하는 기구에 따라 수치가 서로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일례로,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구호단체 ‘워터에이드 (WaterAid)’는 최근 발표한 ‘비위생 환경이 영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전체의 0.3%라고 밝혔습니다. 또 18.1%는 안전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지난 4월 발표한 ‘대북 인도주의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의 20%가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 비율이, 0.3%와 20%로 발표 기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통계자료가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각종 정보와 관련 통계를 국제사회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통계청 조사관리국 인구총조사과의 이재훈 과장입니다.
[녹취: 이재훈 한국 통계청 인구총조사과 과장] “북한 통계국에서 나오는 정보가 제한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적인 결과만 발표하고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점이죠.”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 통계국의 피에트로 제나리 국장도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통계자료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에트로 제나리 국장] “We have a bit problem receiving data from North Korea. Government usually is not collaborative and doesn’t respond to our question…”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 등 세계 각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북한 당국에 관련 통계자료를 여러 번 요청했지만 거의 답을 얻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제나리 국장은 통계는 각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연구기관들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한 지표라며, 특히 북한 통계자료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실상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에트로 제나리 국장] “Not only for FAO, but the other agencies need updated assessment for food availability in country… ”
정확한 북한 통계자료는 식량농업기구 뿐아니라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기구들이 어느 지역에 식량이 부족하고, 어떤 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겁니다.
유니세프의 크리스토퍼 드 보노 대변인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많을수록, 더 필요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드 보노 유니세프 대변인] "The more data you have, the more accurate picture you get...."
드 보노 대변인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실시하는 종합지표조사가 북한 어린이와 여성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에 맞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앞으로 국제기구와 협력해 더욱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식량농업기구 제나리 국장은 오는 2020년 전세계적으로 농업총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북한도 이번 조사에 참여해 북한의 정확한 농업 실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다음달 19일부터 닷새 동안 태국 방콕에서 설명회가 열린다며, 북한 당국에 초대장을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제나리 국장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