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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북한인권법 시행령 사실상 확정…'3국 체류 탈북자' 적용 길 열어


북한을 탈출한 후 2년 동안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한 탈북 여성과 어린이들이 치앙라이주 치앙사엔 경찰서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자진해서 태국 경찰서를 찾아가 망명을 신청했다. (자료사진)
북한을 탈출한 후 2년 동안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도착한 탈북 여성과 어린이들이 치앙라이주 치앙사엔 경찰서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자진해서 태국 경찰서를 찾아가 망명을 신청했다. (자료사진)

다음달 초 시행될 한국의 ‘북한인권법 시행령’ 최종안이 확정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시행령 해설집을 통해 제3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도 이 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16일 서울에서 북한인권단체 대표들이 주최한 북한인권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근 마무리된 북한인권법 시행령안을 설명했습니다.

이 안은 관련부처와 협의를 모두 마쳤고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남겨 놓은, 사실상의 확정안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VOA’에 통일부가 마련한 시행령 해설집에는 북한인권법이 정의한 ‘북한 주민의 범위’를 ‘북한에서 제3국으로 일시 벗어난 사람들’을 포함해 해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쟁점이었던 북한인권법의 적용 대상에 북한 영토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물론 중국 등지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도 포함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은 조치로 풀이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행령 작업이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확인해 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법 제3조는 북한 주민에 대해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며 이 지역에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법 조문 대로라면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재외 탈북자들을 보호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시행령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 다른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행령이 상위법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차선책으로 해설집을 통해 북한 주민의 범위를 확대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시행령 해설집은 일종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에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범위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설집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다툼의 불씨가 될 소지는 남아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인권법 전문가는 해설집의 경우 법적 다툼이 벌어졌을 때 재판부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라며 재판부는 좁은 의미의 문헌 해석에 그치지 않고 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야당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8월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된 지 11년 만인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은 그동안 북한인권법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 제3국에 머무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는 단체들을 지원할 경우 사실상 ‘기획탈북’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습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인권법이 여야가 오랜 시간 팽팽한 대립 끝에 만들어 낸 타협의 산물이라며 야당이 비록 해설집이라고 하더라도 당초 합의를 깬 사실상의 법 개정이라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다음달 4일 시행에 들어가면 통일부엔 산하 공공기관으로 북한인권재단이, 직속조직으로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각각 설립됩니다.

연간 예산 250억 원, 미화로 약 2천300만 달러, 인력 50여 명 규모로 설립되는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과 인도적 지원 관련 조사와 연구, 정책 개발,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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