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이 한국 국회에 발의된 지 11년 만에 제정됐습니다. 일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 행위에 상당한 압박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룰 근거와 기구를 마련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제정안은 재석 의원 236 명 가운데 찬성 212 표, 기권 24 표로 가결됐습니다.
이로써 17대 국회인 지난 2005년 8월 처음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 지 10년 6개월 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습니다.
특히 한국이 헌법에 자국 영토로 규정한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내용을 담은, 헌정 사상 첫 법률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됩니다.
이번에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의 인권 실태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비롯해 정책개발과 대정부 건의, 그리고 민간 북한인권단체의 활동 지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과 인권 증진을 위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일부에 설치하고 이곳에서 다루는 정보와 자료는 3개월마다 법무부로 이관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특히 북한 당국의 조직적이고 비인도적인 범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한동호 북한인권연구센터장입니다.
[녹취: 한동호 박사 /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 “이미 북한에선 북한인권법 제정 전후로 해서 아주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죠. 따라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가동되면 당연히 북한 내에서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책임자들에 대한 압박 효과는 계속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이와 함께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신설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북한인권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했습니다.
10 명으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 이사진은 여야가 동수로 추천하되 이 가운데 2 명은 관련 부처 관계자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했습니다.
법률의 목적과 취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해야 한다’로 규정했습니다.
또 북한인권 관련 국제 협력을 위해 외교부에 북한인권 대외직명대사가 신설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법 국회 통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서울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 개발을 포기하고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세계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폭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하게 제기할 뜻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이 11년 만에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제정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북한인권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은 열악한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우리 국민과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제정은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 신장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 기여하고 한민족 구성원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17대 국회였던 지난 2005년 8월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습니다.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무산됐고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임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견을 조정하는 데 성공해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