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한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를 조사 중인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북한체제 결속에 타격을 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해외 파견자들의 탈북이 잇따르자 이를 막기 위한 검열단을 외국 각지에 급히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을 만나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망명이 김정은 체제 내부 결속에 금이 가게 되는 계기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태 공사가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하고 바깥 세상에 노출되다 보니 북한과 바깥 세상을 비교할 눈이 생겼을 것이고 김정은 체제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면서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보다 앞서 17일 태 공사가 망명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태 공사는 올 여름 본국 소환을 앞두고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망명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태 공사의 큰 아들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고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태 공사의 망명 동기는 또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강력한 대북 제재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연구원]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의 재정 책임을 맡았거나 또는 외화벌이와 관련한 나름대로 특별한 미션을 가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면 심리적 차원의 제재 영향을 넘어서서 현실적으로도 제재로 인한 압박 부담을 좀 크게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교관과 해외 식당 종업원 등 해외 파견자의 탈북이 잇따르자 중국 등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18일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출신성분이 좋은 이들의 연이은 망명에 격분해 최근 대사관과 무역상사, 식당 등 모든 해외 파견기관들에 대해 도주나 행방불명을 사전에 적극 제거하고 실적이 부진한 기관은 즉각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노동당과 내각, 보위성에선 각종 검열단을 조직해 해외 각지로 급히 보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태 공사가 항일 빨치산 1세대의 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태 공사가 영국에서 10년 간이나 근무한 것은 북한의 일반적인 외교관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남다른 출신성분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 사회에선 태 공사의 아버지가 김일성 전 주석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항일 빨치산 1세대 태병렬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고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입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 자유북한방송] “태영호가 베이징대학에 갔을 때 당시 김일성 서기실장을 했던 최영림의 딸 최선희 지금 미국국 부국장을 하고 있죠. 그리고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오진우의 딸 오선화 이런 친구들이 함께 갔었어요. 그런 것을 보면 태영호가 빨치산이었던 태병렬의 아들일 가능성이 많죠.”
통일부 당국자는 그러나 태 공사와 태병렬의 관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도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의 인척이라는 설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