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미군과 한국 군의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항상 거친 발언과 보복 위협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 행동을 유발하는 효과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의 도발 행동을 유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CSIS가 18일 한반도전문 웹사이트 ‘비욘드 패럴랠’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서 2016년 사이 북한의 도발 행동을 분석한 결과 미-한 군사훈련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습니다.
이는 미-한 군사훈련이 북한의 도발을 야기한다는 언론과 북한의 당국의 주장에 배치되는 분석 결과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군사훈련 자체보다는, 군사훈련이 실시되기 한 두 달 전의 미-북 관계가 어땠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습니다. 미-북 관계가 좋으면 훈련 기간 중 북한이 절제된 반응을 내고, 미-북 관계가 나쁘면 북한이 훈련 기간 도중과 이후 도발 행동을 감행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봄철의 독수리훈련, 가을철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을 전후한 2~3개월 사이에 미-북 간 적대적 수사, 북한의 도발, 협상 여부, 대화 제의 등 긍정적, 부정적 요소들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고서는 미-한 군사훈련을 전후해 북한 당국이 위협 성명을 낼 경우 핵이나 미사일 실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소규모 도발은 감행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2009년 1월 이후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더 강력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이 같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2009년 1월 이후 북한의 도발이 더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놀랍다”며 “우리는 항상 김정은 통치 하에 북한의 도발이 악화됐다고만 생각했지만, 이번에 김정일의 뇌졸중도 북한의 도발과 큰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인 2005년에서 2008년에는 북한이 1년에 평균 2.5번의 도발을 감행했는데, 2009년에서 2016년 사이에는 연간 평균 8.9번의 도발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소규모 도발이 금방 확전되고 많은 나라들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번 분석으로 북한의 도발 행태를 잘 이해하고 계산착오를 줄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