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 북한이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정비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핵 개발 완성을 위한 추가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외교가에선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최대한 핵 전력을 완성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내년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판’이 짜이기 전에 서둘러 핵과 미사일 역량을 최대한 향상시켜 차기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라며 향후 1년 가량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올 들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고, 기존의 핵실험 주기를 깨고 8개월 만에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 것도 미국의 차기 행정부 출범 전에 서둘러 핵과 미사일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정비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추가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북한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때부터 실제 정부가 들어서고 대북정책이 정리되고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기까지를 자신들의 메시지를 차기 정부에 알려주고 자신의 몸값과 핵 동결 수준을 올리는 가장 적기로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그 기간 중에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의 차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도발을 해 왔습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고, 2009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2기 행정부를 출범시킨 직후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를 탑재해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북한의 핵 능력 수준은 역내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현실화할 만큼 실제 배치하고 핵 위협을 가할 만큼 기술적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핵 탄두를 탑재한 ICBM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만큼 북한은 앞으로도 투발 수단의 완전성을 기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벌이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핵 동결을 대가로 외교,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체제 보장과 미국,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창권 박사입니다.
[녹취: 박창권 박사] “김정은 정권은 빠른 시간 안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완성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보유국이라는 위치에서 핵 군축이나 핵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함으로써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대선 정국에서 북 핵 문제가 주요 정책 이슈로 부각되면서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단호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오바마 행정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한동대 교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대북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클린턴 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이란식 해법으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낸다는 것으로 그런 방향으로 대북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제 타격론을 비롯한 군사적 옵션의 경우 실질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원칙론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압박 대 북한의 도발’이라는 긴장 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미국 차기 행정부의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에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내년 말까지 최소한 한 두 차례 더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ICBM 개발 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이고 그런 과정에서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한반도 정세는 더욱 더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미-북 대화가 시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클린턴 후보의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지원이 지속되고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진행될 경우 미-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김재천 교수는 미국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의 위기 관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를 위한 공조를 굳건히 하면서도 제재 국면 이후에 전개될 협상 국면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