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재학 중인 탈북자 자녀 가운데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의 숫자가 북한에서 태어난 학생들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들은 탈북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교육부는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해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탈북자 자녀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모두 1천249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수는 1천226 명이었습니다.
올해 9월 현재도 재학 중인 탈북자 자녀의 51%인 1천383 명이 제3국 출생으로 집계됐습니다. 탈북자 자녀가 태어난 제3국의 99%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출생한 탈북자 자녀들의 한국 입국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등을 당하고 중국인 남편의 아이를 낳은 뒤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진 때문입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아버지보다 중국인 아버지를 둔 탈북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당하는 인권 침해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 여성들은 중국에서 반노예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입국한 뒤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나면 중국에 두고 온 자녀들을 불러오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한국 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입니다.
[녹취: 조명숙 교감 / 여명학교] “초등학교까지는 아버지들이 중국에서데리고 살죠, 처음엔 엄마 없이. 근데 중학생 되면서 아이들이 머리가 커지고 또 이 아버지들이 중국에선 소외계층이잖아요. 그래서 감당을 못하는 거에요. 아이들이 사춘기이고 자신이 돈도 없고. 그래서 15세쯤 한국으로 엄마한테 보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엄마한테 가서 살면 좀 더 낫다더라 하면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조 교감은 여명학교의 경우 고등학생은 북한에서 곧바로 탈출한 학생들이 많지만 중학생 이하는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자 자녀들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탈북을 못하도록 감시와 탄압이 심해졌고 중국 측도 국경 통제를 강화한 탓에 탈북 청소년의 수는 준 반면 중국 출생 탈북자 자녀들의 한국 입국의 비중이 커진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탈북자들의 적응과 생계를 지원하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의 대상에서 제외된 이른바 ‘비보호 탈북 청소년’으로 분류됩니다.
중국인 아버지를 두고 있고 중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법적으로 탈북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특히 대학 진학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전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반 한국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들은 언어 문제 등으로 한국사회 적응엔 오히려 탈북 청소년 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 남바다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남바다 사무국장 / 성공적인 통일을 만드는 사람들] “자기는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탈북자라고 하고. 자기는 한국말도 모르는데 중국인이라고 애들이 놀리고 이러니까. 자기 정체성이 중국인인지 한국 사람인지 탈북자인지 혼란이 오는 거죠.”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같은 탈북자 자녀인데도 태어난 장소 때문에 ‘비보호 탈북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탈북자 가정을 돌본다는차원에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