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운영하는 사회연결망 서비스, SNS 계정은 20여 개로 확인됐습니다. 대외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되지만, 전문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들 때문에 이렇다 할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모란봉 편집사’가 운영하는 북한의 선전용 인터넷 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에는 작은 네모 모양의 그림 여러 개가 화면 오른편에 나열돼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즉 SNS로 연결되는 일종의 버튼들입니다.
이들 버튼을 누르면 ‘조선의 오늘’이 운영하는 ‘트위터’나 ‘유튜브’, ‘구글 플러스’, ‘텀블러’, ‘플리커’, ‘핀터레스트’, ‘유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계정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계정들은 각 SNS의 특성과 역할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가령 트위터는 단문 형태의 글로, 유튜브와 유쿠는 북한이 제작한 동영상으로, 또 플리커나 인스타그램 등은 북한 매체에 보도된 사진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이들 SNS에 북한도 가입은 물론, 활용 빈도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현재 북한은 ‘조선의 오늘’ 외에도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아리랑협회가 운영하는 ‘메아리’, ‘통일의 메아리 방송’, ‘김일성 방송대학’으로도 불리는 ‘우리민족 강당’을 통해 SNS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종류 별로는 ‘조선의 오늘’이 총 8개로 가장 많은 SNS 계정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우리민족끼리’가 7개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메아리’와 ‘우리민족 강당’은 트위터와 구글 플러스 등을 포함해 각각 4개와 3개씩의 SNS로 전세계 네티즌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VOA’가 파악한 숫자로만 따져볼 때 북한이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SNS는 24개에 달합니다.
이들은 중국이 운영하는 ‘유쿠’를 제외하면, 모두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등지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라디오 방송 격인 ‘통일의 메아리 방송’과 ‘우리민족 강당’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미국 애플사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활용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민족 강당’이 팟캐스트에 올린 21일자 강의입니다.
[녹취: 우리민족 강당 팟캐스트]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정규무력의 핵심 부대를 창설하기 위한 사업을 힘있게 밀고 나가신 데 대해서 학습하겠습니다."
2010년 트위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민족끼리’를 제외하면, 북한 SNS 계정들은 대부분 2014년에서 올해 사이에 가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하루 한 번 이상 업데이트, 즉 게시물이 올라오는 형태로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은 하루 10여개의 단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고, ‘조선의 오늘’이나 ‘메아리’ 역시 각자의 트위터를 통해 하루 5~7개씩의 단문을 게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민족 강당’ 역시 22일 하루에만 3개의 단문 형태 글이 자체 트위터 계정에 추가됐습니다.
‘조선의 오늘’ 등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텀블러, ‘우리민족끼리’의 각종 SNS에도 22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여성 대표단이 평양 양로원을 참관한 사진을 비롯해 4개씩의 사진이 게재됐고, 이들의 ‘유튜브’ 계정에도 각각 다른 종류의 동영상 여러 개가 추가됐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대부분 북한체제에 대한 홍보나, 그날그날의 북한발 뉴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이 그대로 재인용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SNS에 이처럼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컴퓨터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 씨입니다.
[녹취: 윌리엄스 씨] “One of the advantages…”
윌리엄스 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SNS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북한이 제작한 웹사이트를 유해 사이트라는 이유로 차단하고 있지만, 트위터 등 북한의 SNS 계정은 차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터넷 웹사이트는 인터넷 주소만 차단해도 접속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데 반해, 트위터와 같은 SNS는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지 않는 한 게시물을 일일이 차단해야만 한국 네티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북한이 SNS라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윌리엄스 씨는 홍보 효과가 크다는 점을 북한이 SNS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로 꼽았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씨] “The other one is simply everyone…”
전세계 수많은 SNS 이용자들에게 북한의 좋은 면만을 부각시키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SNS의 사용자 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올해를 기준으로 약 4억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트위터는 약 3억2천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정권이 들어서면서 인터넷 등 국가 홍보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와 맞물린 것도 북한이 SNS 활용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최근 홍보 웹사이트인 ‘내나라’를 현대적으로 개편했고,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의 경우 휴대폰을 이용한 접속자를 위해 ‘모바일용’ 페이지를 따로 제작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대외 홍보를 강화했습니다.
비록 북한의 SNS 활용이 활발해지고, 전세계 네티즌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건 사실이지만, 각 게시물에 대한 호응도는 높지 않습니다.
한 예로 지난 19일 올라온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게시물은 총 10개인데, 이 중 리트윗, 즉 다른 사람이 재인용한 게시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조선의 오늘’의 동영상들도 대부분 조회수가 50여 건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인기가 적은 북한의 SNS에 대해 윌리엄스 씨는 북한이 국가체제를 홍보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선전 기술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러시아나 이란 등 국가 홍보에 주력하는 다른 나라들은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물(컨텐츠)을 제작해 제공하고 있지만, 북한은 전세계 네티즌들의 수준에 한참 뒤떨어지는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4월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문구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 산하 아시아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의 콘스탄틴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당시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과격한 선전 문구와 방식이 “1950년대에는 통했을지 모르고, 북한 내부에서는 잘 작동할지 모르지만 해외 수용자들에겐 시대착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전혀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 정부가 미국 기업이 만든 SNS를 이용하는 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북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VOA’에, “미국인은 일반적으로 북한 정부와 노동당과의 거래가 금지된다”면서 “그들의 재산과 지분이 제재 대상이기 때문이고, 재산에는 서비스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SNS를 서비스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으로의 서비스 수출(exports of services)도 금지돼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