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안보협력기구 OSCE 가 북한 해외 노동자 인권 문제를 공식 논의할 예정입니다. 유럽 내 북한 노동자는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유럽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언론들은 이들의 인권 상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12월 8일과 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3차 유럽안보협력기구 OSCE 각료이사회에서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공식 논의됩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 ‘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 문제가 각료이사회가 정식 논의할 OSCE 회원국 내 인권 침해 현안 중 하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산하 `민주적 제도와 인권사무소’ ODIHR 주최로 지난 9월 열린 연례 인권회의에서 ‘국경 없는 인권’이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 인권 개선 방안을 제안했고, 이번에 각료이사회가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포트레 대표에 따르면 각료이사회는 회의 뒤 폴란드 당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조치를 취할 전망입니다.
특히 유럽안보협력기구 차원에서 이미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포트레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포트레 대표] “I was told that the OSCE was considering talking with the Polish…”
이 기구 산하 민주적 제도와 인권사무소 관계자가 지난 2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포트레 대표를 만나 `북한 노동자 채용에 관한 폴란드 정부의 향후 계획과, 북한 노동자 고용 기업을 상대로 폴란드 정부가 실시하는 정기 조사 진행 상황’ 등에 대해 답변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포트레 대표는 ‘국경 없는 인권’이 유럽안보협력기구에 폴란드 이외 다른 회원국에서의 북한 노동자 고용 현황도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며, 각료이사회의 결정을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안보협력기구는 옛 소련방 국가들을 포함해 대부분 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기구로, 매년 말 열리는 각료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집니다.
유럽의회 의원들도 유럽연합 차원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 카티 피리 의원은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9월 등 여러 차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북한 노동자 실태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은 폴란드가 유럽연합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집행위원회의 사법 조치를 촉구한 것입니다.
피리 의원실은 2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그네스 용게리우스 의원과 함께 집행위원회에 추가 질의를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리안느 티센 고용.사회 담당 위원은 지난 18일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동 의혹에 대한 서면 답변’을 피리 의원 측에 보냈습니다.
티센 위원은 이 답변에서 집행위원회가 “위법 혐의와 관련해 폴란드 정부와 접촉했다”며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근로 규칙을 시행하는 것은 당사국의 책임”이라고 밝혔습니다.
티센 위원은 특히 폴란드 당국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집행위원회가 근로 규정의 적용을 감시하고 있으며, 만일 폴란드나 다른 회원국의 유럽연합법 위반이 적발되면 사법 절차를 개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녹취: 포트레 대표] The Commissioner Thyssen is a bit reluctant in tackling this issue, although they recognized there are mechanisms that can be used to make Poland or Malta accountable..
‘국경 없는 인권’의 포트레 대표는 “집행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약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폴란드나 몰타 당국이 용인한 노동 행태에 대해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언급한 점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가 북한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가시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럽의회 고용.사회위원회의 토머스 헨델 위원장도 지난 2월 유럽연합 기본권사무소FRA와 국제노동기구 ILO에 서한을 보내 몰타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충격적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럽국가들의 북한 노동자 고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교수는 `VOA’에, 유럽연합 국가들은 유럽연합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뢰커 교수]”This is taken care of under EU labor law. To which Poland is a cosignee. So this is also Polish law and EU law don’t…”
가령 유럽연합 노동법에 서명한 폴란드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고, 이 법은 폴란드 국내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브뢰커 교수는 또 폴란드를 비롯해 모든 유럽연합 국가들이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유럽 국가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유럽연합 차원의 조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브뢰커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브뢰커 교수] “The EU is not really willing to do anything about this, not structurally at least, even if it would be there is limit to what..”
현재 유럽연합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고 있고, 그런 의지가 생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조언을 듣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유럽 정부들과 공식 기구들이 북한 노동자 착취 문제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지 말고, 비정부기구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들을 상대로 개별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는 유럽 언론들도 유럽 내 북한 노동자 착취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독일 최대 공영방송인 `ARD’가 몰타 내 실태를 보도했고, 폴란드 최대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 `바이스 독일,’ 노르웨이 `아프텐포스텐’ 등이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폴란드에는 현재 550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건설업, 농업, 조선업 등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체코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 조치한 상태입니다.
체코는 지난 2007년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철수시켰습니다.
또 몰타는 지난 7월 북한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중단하고, 신규 비자 허가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자국 의류공장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이 극심한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럽 매체들의 보도에 뒤이은 조치입니다.
이밖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유럽연합 가입을 계기로 북한 인력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