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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미국 대통령 취임식’ (US Presidential Inauguration)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의 미 연방의사당 앞에서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의 미 연방의사당 앞에서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가 한창 진행중이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다가오는 1월 20일에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됩니다. 대통령 취임식은 새로운 행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선거로 인해 나뉘어진 국민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의미를 갖는데요. 특히 230여 년 미국 헌정사를 통해 쌓인 다양한 전통이 취임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어떻게 치러지는지 취임식 이모저모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첫 공식 행사”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1월 20일입니다. 원래는 3월 4일이었지만 1933년 비준된 수정 헌법 20조에 따라 변경된 것인데요.

취임식은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에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첫 번째 취임식은 뉴욕에서 열렸는데요. 1801년,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때부터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녹취 : 2009년 바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축포와 함께 새 대통령을 소개하는 지난 2009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현장을 듣고 계신데요.

수많은 환영 인파와 전,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취임식은 축하 공연단의 연주와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어우러져 축제와 같은 분위기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녹취 : 2008년 바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

취임식은 부통령과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시작으로 취임연설, 축하 공연의 순서로 이어지는데요, 오찬을 마치고 나면 대통령과 부통령을 태운 차가 의회부터 백악관까지 약 2.7km 거리를 행진하면서 시민들의 축하에 보답하고 행사가 마무리됩니다.

“법과 전통의 취임선서”

[녹취 :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선서]

지난 1981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선 선서 내용인데요.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준수하며 보호하고 보전해나갈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연방헌법 제2조 1항에는 새 대통령이 직무 집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내용의 선서를 하도록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미국의 대통령들은 취임식에서 반드시 이 선서를 해야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겁니다.

취임선서에는 또 하나의 독특한 전통이 있는데요. 바로 오른손은 들어서 선서를 하고 왼손은 성경 위에 얹는 것입니다. 미국은 청교도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 국가이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에 대통령들이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성경 대신에 법전을 놓고 선서를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했던 전통을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성실히 직무에 임할 것을 국민과 신 앞에 맹세합니다.

그렇다면 선서에 사용되는 성경은 어떤 성경일까요?

대체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성경을 선서에 사용했는데요, 성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통령들도 있었습니다.

1921년 워런 하딩, 1977년 지미 카터, 1989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초대 워싱턴 대통령의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했는데요,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워싱턴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인 2013년 취임 선서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성경을 두고 선서를 했는데요.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흑인 노예 해방과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들의 성경을 두고 선서함으로써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았던 것입니다.

선서의 끝에는 "신이여 도와주소서"라는 뜻으로 "So help me God."이라고 말하는데요. 헌법에는 이 문구가 없지만, 이 역시 워싱턴 대통령이 선서 끝에 붙이면서 이후로 모든 대통령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년간 국정운영의 청사진 - 취임 연설”

취임 연설은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앞으로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또 어떤 안목과 전략을 갖고 있는지 미국이 앞으로 나갈 미래의 방향이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이 최고의 취임 연설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데요. 남북전쟁에서 거의 북부의 승리가 거의 굳어진 뒤에 한 재선 취임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나라의 상처를 아물게 합시다. 전쟁 사상자와 미망인, 고아들을 돌봅시다”라는 말로 분열을 넘어 평화와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으로 어렵던 시절 취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는 말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일으켜 세우는 명연설을 했고요.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기 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자문하라”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저 유명한 문구도 취임연설에서 나왔습니다.

[녹취 :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연설]

이렇듯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 연설은 시대를 통찰하는 혜안과 국민을 위로하는 언어가 담겨 있기도 했지만, 문장 그 자체로도 문학적 가치가 훌륭해 후대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학습의 토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대 취임식 화제의 기록들”

1789년 이후 58회째를 맞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그간 숱한 기록과 화제를 남겼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재선 취임 연설문은 총 135단어, 채 2분이 안 될 정도로 짧았습니다. 군인이었던 워싱턴 대통령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연설이었는데요.

반면 가장 긴 연설은 1841년에 취임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무려 2시간이 넘게 연설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해리슨 대통령은 취임 한 달여 만에 폐렴으로 숨졌습니다.

취임식 거리 행진은 1805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때부터 시작했는데요,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은 추위와 바람이 너무 심해 거리 행진이 취소되고 선서도 의사당 실내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취임식은 원래는 상원이나 하원 회의실에서 진행되다가 1829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때부터 일반 시민들을 초대해서 함께 볼 수 있게 했는데요.

1923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 취임식 때 처음 라디오를 통해서 취임식을 생중계했고, 1949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처음으로 텔레비전 중계가 이뤄졌는데요.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때는 최초로 인터넷 중계가 이뤄졌습니다.

“지지자들과 시위대가 뒤섞이는 취임식 현장”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취임식은 그 자체로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취임식 당일,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의사당 건물 주변을 비롯한 워싱턴 DC 도시 전체는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운집한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요.

게다가 이, 취임하는 대통령 내외와 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보안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행사장 주변부터 워싱턴 주요 지역에는 수많은 병력과 비밀 경호요원들이 배치되고, 워싱턴 상공에는 항공기 운항도 전면 중단됩니다. 또 시민들도 뒤로 매는 가방이나 서류 가방, 유리 용기, 우산 등 위험한 물품을 소지하고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취임식에는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역대 가장 많은 200만 명의 인파가 취임식을 현장에서 지켜봤는데요. 큰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대규모 시위가 예상돼 보안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20건이 넘는 시위 신청이 접수됐고, 총 시위 참가 인원이 약 1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두세 건의 신청이 접수되던 것과 비교해 엄청난 수치인데요.

현재 취임식 준비 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취임식에 최소 3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보안 당국으로서는 역대 가장 도전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적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통령 선거였기 때문에 취임식 당일까지도 지지와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인데요.

한 취임식 준비 위원은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하나의 미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과제”라면서 “이번 취임식이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 이모저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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