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공포통치'로 인한 엘리트층의 탈북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주된 이유로 꼽혔는데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1천417명으로 집계됐다고 한국 통일부가 3일 밝혔습니다.
이는 한 해 전보다 11% 늘어난 수치로, 이로써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211명을 기록했습니다.
탈북민의 수가 이처럼 뚜렷하게 늘어난 것은 2011년 말 북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2009년 2천914명까지 기록했던 탈북민은 북한 당국의 국경 통제와 탈북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으로 2011년 2천706명에서 2012년엔 1천502명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어 2013년엔 1천514명으로 보합세를 보이다가 2014년 1천397명, 2015년 1천276명으로 또 다시 감소세가 지속됐습니다.
통일부는 지난해 탈북민들의 특징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엘리트층과 외화벌이 일꾼들의 탈북이 늘어난 점을 꼽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4월 중국 소재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꺼번에 한국에 들어온 사건이었습니다.
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석 차 홍콩을 방문한 북한의 수학영재도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전 공사가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 온 것은 고위급 인사의 망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서울에서 망명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망명 배경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를 꼽았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저는 탈북하기 위해 북한대사관을 벗어난 순간 제 자식들에게 오늘 이 순간 내가 너희들의 노예사슬을 끊어주니 자유롭게 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는 탈북민의 수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이런 김정은 정권의 `공포통치'와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장성택 처형 이후 공포통치의 영향 때문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상납금 압박에 시달림으로써, 그리고 북한 체제, 김정은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탈북자들의 숫자가 증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세도와 관료주의를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어지럽히는 독초라고 규정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는 김 위원장이 세도주의와 관료주의 청산을 강조한 것은 올해에도 `공포통치'를 지속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년사에서 보면 세도주의, 관료주의를 계속 청산해야 된다고 한 것을 보면 공포통치를 통한 숙청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숙청의 두려움에 떠는 엘리트들은 계속해서 탈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올들어 한층 더 강력해질 전망이어서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도 더 큰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