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민들은 대부분 북한 고위층의 탈북이 북한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김정은 정권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명 가운데 8명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해외공관원들의 탈북 행렬이 북한체제 붕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탈북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5일 서울에서 최근 탈북민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언론설명회를 갖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북한 해외공관원들의 탈북이 체제 붕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영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20%에 그쳤습니다.
언론설명회에 발제자로 나온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입니다.
[녹취: 이애란 원장 / 자유통일문화원] “특히 탈북민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북한체제에서 생활한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실질적인 삶의 경험과 이해가 충분할수록 고위층 이탈이 북한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게 이번 조사의 결과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주민생활 개선 여부에 대해선 89%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그 가운데서 64%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 대부분이 속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매우 그렇다,’ 그리고 41%가 ‘다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전혀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52%가 ‘있다’고 답했고 ‘없다’는 응답자는 31%로 나타났습니다.
송금 액수를 살펴보면 연 평균 1천 달러를 송금한 경우가 48%로 가장 많았고 2천 달러가 27%, 3천 달러가 14%, 4천 달러가 7%였습니다.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된 자금의 용도는 생계비가 67%로 가장 많았고 장사 밑천은 21%였습니다.
발제자로 나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민들의 대북 송금은 북한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안찬일 소장 / 세계북한연구센터] “먼저 온 통일로 온 사람들이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대북 송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돈을 부친다면 그만큼 북한에 자본주의를 이식하고 김정은 정권을 밑으로부터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거죠.”
또 ‘지난 2월 폐쇄된 개성공단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에 대해 57%가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답했고 ‘통일경제 발전에 기여’라고 답한 사람들은 19%,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 창구’는 17%로 뒤를 이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선 54%가 잘했다고 응답했고 북 핵 도발에 대응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선 89%가 지지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엔 북한이 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이 22%, 중국이 16%, 그리고 한국이 6%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