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변화를 위해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정보 유입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규모와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오늘은 김영권 기자가 대북 정보 유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 드립니다.
지난 10월 미국 외교협회가 뉴욕에서 주최한 토론회. 미 정부의 정보 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 북 핵 문제 해법을 묻는 질문에 대북 정보 유입을 강조합니다.
[녹취: 클래퍼 국장] “What does bother me a bit is that we don't capitalize on our great weapon, which is information……”
미국이 북한에 대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게 답답하다는 겁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 정권이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비무장지대를 따라 대북 확성기를 크게 틀거나 북한에 전단을 투하하면 북한 수뇌부는 미쳐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것이 북한의 상당한 취약점인데도 미국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래퍼 국장의 발언이 북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압박 조치로 정보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 정권 붕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9월 미국 등 4개국 정부가 뉴욕에서 공동 개최한 대북 정보 유입 관련 행사에서 북한 정권의 정보 방화벽에 금이 가고 있다며, 이런 활동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큰 부장관] “The expansive system of surveillance and censorship that North Korea…”
탈북민들과 여러 단체들의 창의적이고 용감한 노력으로 외부 정부가 DVD와 휴대용 데이터 저장기기(USB) 등 여러 기기들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 북한 정권의 날조된 현실과 극한 속임수가 드러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북 핵 협상에 관여했던 전직 관리들도 ‘VOA’에 대북 정보 유입이 여러 측면에서 유익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정보 유입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진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nformation is powerful! The U.S. is not hostile to North Korea…”
미국이 북한에 대응하는 것은 김 씨 정권의 불법적인 행동 때문이지 북한인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민들의 시각을 바꾸는 데 외부 정보가 유익하다는 겁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인들이 바깥 현실을 제대로 보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외부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 do believe we should make efforts to reach the people…”
객관적인 정보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북한의 정책이 바뀌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그러나 더 많은 정보 유입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더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크 뮬렌 전 합참의장 등 전직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 17명도 지난 9월 발표한 미국 외교협회의 대북정책 보고서(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에서 차기 미 행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인들 스스로 국가를 진화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도록 미 정부와 의회가 정보 전달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특히 ‘VOA’ 프로그램 확대를 제안하며 내용은 반정부 정치선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장사(사업)와 경제 정보, 농업, 날씨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대북 정보 유입의 효율과 중요성에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지만 미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대북 정보 유입 등 인권 개선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t is so infuriating. Budget some 2.5 million…”
미 국제개발처(USAID)가 시리아에만 연간 3억 4천만 달러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국무부가 대북 정보 등 인권 개선에 250만 달러 밖에 지원하지 않는 현실은 관계자들을 분노하게 한다는 겁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9월 북한 인권 개선 사업을 민간에 공모하면서 대북 정보 유입에 160만 달러를 배정하는 등 총 265만 달러를 책정했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미 정부가 대폭적인 대북 정보 유입에 미온적인 이유는 전통적인 대북정책과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창 변호사] “The US policy is never ‘the bring down North Korean regime’……”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정책은 정권 붕괴가 아니라 압박을 통해 협상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권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강력한 대북 정보전에는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체제 존속에 위협을 느낄 경우 무력 반발을 통해 한반도에 예기치 않은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등 여러 셈법이 미 정부의 이런 시각에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대북 정보란 훌륭한 무기를 미국이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의 지적은 이런 미온적인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s a criticism of Obama administration because..”
미 의회가 대북제재 강화법안 채택을 통해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제재와 대북 정보 유입 강화를 직접 요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North Korea's Hidden Revolution)을 펴낸 백지은 전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주변국의 ‘현상유지’ 정책도 대대적인 정보 유입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전 연구원] “Fundamentally, the most relevant and the most powerful governments around North Korea want to maintain the status quo…”
미 국무부는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본격적인 정보 캠페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하원 청문회에서 국무부가 대북 정보 유입에 미온적이라는 브래드 셔먼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녹취: 러셀 차관보] “It is quite true that possession of CDs or thumb drives is a punishable”
미 정부는 북한인들의 정보 접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에서 CD나 휴대용 정보저장장치 등을 소지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공급하는 제3자나 북한 주민들이 물리적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란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인들이 외부 세계와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이 있어야 스스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정보 유입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미 의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강화법과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대북 라디오 방송을 확대하고 새로운 정보 유입 기술 개발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