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성공단 재개 주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 정권을 지원하고 대북 공조를 약화시키는 등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직 관리와 제재 전문가 등 12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10명이 공단 재개의 심각한 역효과를 우려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매우 나쁜 생각”으로 일축했습니다. 근로자 임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불투명하고, 국제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화되지 못했으며, 남북한 긴장 완화에도 전혀 도움이 안됐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공단 운영 중에서 서해교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금강산 관광객 피격, 핵과 미사일 시험이 이어졌고, 북한이 공단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등 오히려 남북한 갈등과 긴장, 불화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입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 재개는 법적, 외교적, 전략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한국과장]
법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정신과 문구에 위배되고, 외교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와 인권 유린을 우려하는 미국, 일본, 유럽 정부들과 의견 대립을 벌이게 되며, 전략적으로 대북 압박 공조와 상반되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부각된 건 재개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보다 정치적 이유가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따라서 개성공단 재개 논의에 북한 근로자 임금의 전용 여부, 남북한 접촉 최대화 가능성, 공단의 상업적 논리, 한국 정부의 대북 전략에 미칠 영향 등을 중요한 질문으로 던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워싱턴 전문가들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 입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석좌교수는 개성공단을 북한 정권에 경화를 직접 공급하는 대규모 송금 시스템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어 도발 행위를 계속하는 북한에 현금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며, 북한의 화답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공단 재개의 실질적 이득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주미 일본대사관 정부 특별보좌역을 지낸 타츠미 유키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돈에는 “색깔”이 없지만 이 돈이 어떤 식으로 전용될 것인지 추적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했습니다.
[녹취: 타츠미 유키 연구원]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회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 혜택을 누릴만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반문했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소장]
개성공단은 애초에 북한의 “나쁜 행동” 때문에 폐쇄된 것이고, 이후 그런 행동에 변화가 없었던 만큼 공단 재개는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일 뿐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부 부작용에도 대북 사업을 통해 북한을 장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대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며 오히려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전례를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한국과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 실험은 북한의 정치, 경제적 개혁을 유도하고 정권 차원의 호전적 행동을 완화시키겠다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해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에 이 문제에 관해 자문해온 스탠튼 변호사는 안보리 결의는 북한에 지급하는 현금이 핵무기 개발 등 불법 프로그램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임금 사용처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모든 회원국들은 자국 영토에서, 혹은 각국의 관할권 아래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의해 대북 거래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을 금지하도록 결정한다”는 안보리 결의 2321호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다시 개성공단을 열고 북한에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해거드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한다면서도 공단 재개 자체가 안보리 대북 제재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유엔 제재와 대북 금융제재는 석탄 거래에 제한을 둔 것 외에는 북한의 상업 활동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물품, 사치품 등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개성공단에서 냄비나 섬유, 속옷 등을 생산해 수출한다면 다자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 협상하면서 북한과의 교역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얼마나 목소리를 높이고 정교히 세부 조항을 다듬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하지만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전문가들은 우려는 이 같은 법적 해석보다, 오랜 노력 끝에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게 된 대북 제재 체제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온 중국에 압박 강화를 촉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가장 컸습니다.
중국 출신인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 재개가 자칫 중국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중국은 개성공단 재개를 긍정적 발전으로 여기고 한국의 대북 우호 조치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압박이나 제재 대신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코사 연구원 또한 최근 논란은 공단 재개를 안 하더라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만약 공단을 다시 열 경우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 압박을 덜 받게 되고 제재를 더욱 완화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연구원]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의 유엔 제재 위반 우려를 낮추려고 할 경우 북한의 거듭된 안보리 결의 위반에 압박을 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가 지적하는 공단 재개의 부작용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녹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미국 기준으로 보면 “노예 노동”에 해당되는 개성공단 근로 실태는 미-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고, 한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등에 호소해온 대북 압박 동참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며, 각국에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말라고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이 개성공단의 근로 실태를 묵인하면서 어떻게 카타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중국에 북한 노동자들을 받지 말라고 촉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처럼 한국과 국제사회와의 의견 충돌 가능성을 개성공단 재개가 가져올 큰 부작용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교수]
해거드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 등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이견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한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구도로 돌아갈 수 있고, 더 나아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대북 관여적 방향으로 이끌려는 중국의 정치적 역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가 경제적 이유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는 공단이 다시 열린다 해도 공단 폐쇄를 경험한 한국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 선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개성공단 재개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개성공단을 재개한 뒤 발사가 이뤄져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반면 개성공단 재개가 가져올 부작용 보다 선기능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전문가도 일부 있었습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한 간 진정한 인적 교류가 이뤄졌고, 통일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다며, 일부 약점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을 가깝게 만들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존 페퍼 소장]
페퍼 소장은 또 근로자 임금이 북한 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은 바깥 세계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어 대체로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제한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의 일부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쓰였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면서도, 이 곳을 효과적인 대북 정보 유입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개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정확한 임금 규모를 북한 근로자들에게 알려 그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정권으로 흘러 들어 가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또 공단 재개로 북한 군비를 지원하는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한국은 상응하는 만큼 군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개성공단 재개는 한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진행돼서는 안 되며, 반드시 유엔 안보리와의 상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VOA와의 인터뷰에 참가한 미국 전문가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개성공단 재개는 매우 나쁜 생각이다. 한국과 국제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한- 관계에 많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개성공단 종업원수나 전체 임금 규모는 선전 도구로 활용됐지만, 임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기껏해야 대부분의 금액이 북한 정권 소유가 된다는 정도만을 짐작할 뿐 그 누구도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거나 이 문제에 정직하지 못했다. 공단 입주 기업들은 항상 한국 정부의 보조를 받았고 많은 이윤을 남기지도 못했다. 국제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늘 정치적으로 개입했고 일방적으로 임금과 세금을 올리려 했다. 또 공단 운영 중에도 서해교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공격, 금강산 관광객 피격 등과 아울러 핵과 미사일 시험까지 이어지며,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 또한 전혀 하지 못했다. 개성공단은 평화를 가져오는 대신 오히려 남북한 갈등과 긴장, 불화의 원인이 됐고 급기야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의 북 핵 개발 전용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유엔 안보리가 수 년 동안 대북 현금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결의안들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다시 태도를 바꿔 막대한 현금을 북한 정부에 지불하는 걸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북한이 해당 자금을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외부의 통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말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또 미-한 자유무역협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개성공단 근로 실태는 노예 노동에 해당된다. 나는 여기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데 대한 미 의회 의원들의 우려를 직접 접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이미 미-한 자유무역협정에 의문을 갖고 있는 와중에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이 협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해질 것이다. 또 미국은 대북제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북한을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한국의 대북제재 뿐아니라 전 세계의 대북제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이 아프리카, 남아시아, 유럽을 방문하며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는데, 만일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그 나라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대북제재를 통해 한국을 보호하려고 했는데, 한국이 오히려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개성공단의 노예 노동을 묵인하는데, 왜 카타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중국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을 받지 말아야 하는가? 따라서 개성공단 재개는 이 곳을 통해 북한을 직접 지원하게 될 뿐아니라 전 세계 나라들을 대북제재 위반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유엔 대북 결의는 각국의 대북 지불액이 핵과 불법 프로그램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한국 정부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준비가 돼 있는가? 안보리 결의를 비껴가기 위해 뭔가 장치를 두려고 하는 것인가? 한국이 그런 길을 가면 미국은 동맹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어느 편에 속하는지 망각한다고 느낄 것이다. 게다가 미국민들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실제로 두려워하는 순간이 오면, 미국은 북한에 현금을 지불하고 미국의 대북 대응의지를 꺾으려는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고 선제타격 등 위험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려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매우 우려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적용해온 동맹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국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도달할 재앙적 결과를 이해해야 한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 나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대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의 개성공단 재개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거액의 임금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현금유입 억제 노력에 배치된다는 공단 폐쇄 이유에 동의한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만큼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국제사회의 제재 체계를 모두 위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이 개성공단 수익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공단의 현금 지급은 2006년 10월부터 작동돼온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해 왔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정치적 이유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지 않았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회원국들이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국이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다시 개성공단을 열고 북한에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를 읽어보라. “모든 회원국들은 각자의 영토에서, 혹은 각국의 관할권 아래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의해 대북 거래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을 ‘금지’하도록 결정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는 생각은 법적, 외교적, 전략적인 이유에서 매우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법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의 정신과 문구에 위배되고, 외교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와 인권 유린을 우려하는 미국, 일본, 유럽 정부들과 의견 불일치를 겪게 된다, 또 비핵화 대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북한을 압박하는 전략적 접근과도 상반된다. 현 시점에 북한 최고 지도부의 주머니에 현금을 유입시키는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도 큰 문제가 된다.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하며 오히려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몇 년 전 사례를 잊은 것 같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현재 태도는 그 당시보다도 더 강경해졌다.
·브루스 클링터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개성공단에서의 경제적 실험은 북한과의 경제 거래에서 투명성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이 같은 위반 행위로 인해 “호출된”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 자금 상당액이 북한으로 들어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실험은 또 북한의 정치, 경제적 개혁을 유도하고 정권 차원의 호전적 행동을 완화시키겠다는 원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실패한 개성공단 실험을 재개하고자 한다면, 박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거나 북한의 금지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묵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또한 개성공단 가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우려를 낮추려 할 것인데, 그런 움직임은 북한의 거듭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압박을 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훼손할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석좌교수: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한다. 공단을 재개한다고 북한이 이해 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 양보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은 북한 정권에 경화를 직접 공급하는 대규모 송금 시스템이다. 특히 2013년 봄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을 볼 때 왜 북한에 현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공단 재개에 대한 북한의 화답 조치를 기대할 수 있다면 또 몰라도 도무지 실질적 이득을 얻지 못할 것 같다. 다만 공단 재개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위반하진 않는다. 유엔 제재와 대북 금융제재는 북한의 상업 활동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물품, 사치품 등을 겨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 활동 중에는 석탄 거래만 제한 대상이다. 사람들이 다자 제재의 성격을 잘 이해 못하는데, 중국은 대부분의 북한 통상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다자 제재를 매우 공들여 만들었다. 가령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단지나 냄비, 섬유, 속옷 등을 수출한다면 다자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유입된다는 걸 증명하지 못해서일 뿐아니라, 다자 제재를 협상할 때마다 중국이 상업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극도로 목소리를 높인 결과이다. 지금 미국 조야에선 하나 같이 한국 정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개성공단이나 다른 문제에 대한 미-한 두 나라의 이견은 김대중, 노무현 한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시절을 연상케 할 것 같다.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한과 미국, 더 나아가 중국과의 정치적 역학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을 보다 대북 관여적 방향으로 끌어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 혜택을 누릴만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부터 묻고 싶다. 개성공단은 애초에 북한의 나쁜 행동 때문에 폐쇄된 것이고, 이후 그런 행동에 변화가 없었다. 이론상 개성공단 재개 조건으로 남북한 간 뭔가 주고받을 순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나는 이런 움직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은 다른 모든 나라에 대북 압박을 옥죌 것을 촉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을 직접 지원해서 비난을 받았었다. 현재 논란은 설령 공단 재개를 안 하더라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만약 공단을 다시 연다면 그렇지 않아도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이 압박을 덜 받게 되고 제재를 더욱 늦출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한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개성공단과 함께 대북 식량 지원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지급된 한국 자금은 북한 정부에 직접 들어갔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들은 당국으로부터 임금의 반도 안 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는 따라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군사 프로그램에 들어갈 돈을 끊임없이 제공받았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시키지 못할 것이고, 기껏해야 몇 달 간의 ‘허니문’ 기간을 제공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김정일 보다 훨씬 요구가 많은 김정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정일은 한국에 식량과 돈, 두 가지를 원했지만 김정은은 더 많은 걸 원하는 듯 보인다.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지, 최신 미국 무기 체계의 한반도 순환 배치 금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취소, 유엔 대북 결의 참여 중단 등이 그런 요구 사안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더 나아가 한국에 5.24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이런 요구들은 정치적으로 어렵고,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가 따르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남북한 관계를 개선시키지 못할 것이다. 설령 개성공단이 재개된다 해도 공단 폐쇄를 경험한 한국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 더 높은 “임금”과 또 다른 대금 지급을 요구할 것이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개성공단 재개는 시기의 민감성과도 결부된다. 한국에서 진보 세력이 차기 정권을 잡는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문제는 현재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경우 도발할 태세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한국 진보 정권이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한 달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국 진보 정권은 개성공단을 재개할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다. 중국은 개성공단 재개를 긍정적 발전으로 볼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북 우호 조치를 언급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압박이나 제재 대신 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재개는 중국에 변명의 기회를 줄 수 있다.
·타츠미 유키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대북 상업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개성공단 재개는 큰 우려 대상이다. 돈 자체에는 “색깔”이 없지만, 이 돈이 어떤 식으로 전용될 것인지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데 반대한다. 개성공단 재개를 가령 6자회담 재개 등 다른 사안과 긴밀히 연결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패키지조차 아니라면 공단 재개는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한국의 개성공단 재개 논란은 득실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따른 게 아니라 국내 정치에 더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하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북한 근로자 임금이 당국에 의해 전용되지 않을 것인가? 개성공단이 남북한 인들간 접촉을 최대화할 수 있는가? 공단 재개에 상업적 논리가 포함되는가, 아니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이 지원돼야 하는가? 공단 재개가 한국 정부의 보다 넓은 범위의 대북 전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나는 북한 근로자 임금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흘러 들어간다는 우려에 완전히 공감한다. 이 같은 유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나는 개성공단이 일부 약점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을 가깝게 만들 최선의 길이라고 언제나 믿어왔다. 양측이 이를 통해 얻은 바가 있다. 남북한 간 진정한 인적 교류가 이뤄졌고, 통일이 어떻게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다. 북한 정부가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바깥 세계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어 대체로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제한하지 못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하는 것뿐이다. 다른 어떤 방법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그런 협상에 시동을 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아래 한국 금융기관이 개성에서 이뤄지는 상업활동을 위해 달러 송금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당국은 이런 금융 제한을 비껴갈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혹은 양측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와 같은 타협안을 근거로 일종의 예외 방안을 협상할 수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의 일부는 김정은의 중요 우선 순위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쓰였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분명히 걱정스럽지만, 일부 금액은 다른 부문에도 쓰였을 것이다. 일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 제공에 들어갔을 것이고 (지난해 북한의 중국 식량 구입량은 대폭 증가했다), 또 다른 일부는 엘리트 계층을 위한 선물 구입 등 미국과 한국이 바라지 않는 일도 벌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균형적으로 봤을 때, 나는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보 유입 (단지 개성공단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을 보다 효과적으로 한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정확한 임금 지급 규모를 북한 근로자들에게 알려서, 임금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정권으로 흘러 들어 가는지 근로자들이 알게 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 상황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정부 일부 기관은 개성공단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 연구해왔고, 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한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유엔 제재를 다소 느슨하게 만들고 싶다면, 유엔 안보리로 가서 어떤 예외를 왜 필요로 하는지 설명해 유엔의 동의를 얻어야 할 일이다. 한국의 일방적 행동은 적절하지 않고, 중국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건 한국과 미국 모두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 또 개성공단 재개로 대북 제재 압박이 감소돼 북한 군부에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갈 경우, 북한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지원해 한국에 치명적인 잠재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한다면, 북한 군사비를 지원하는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한국은 거기 상응하는 군사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 가령 개성공단 수익이 북한에 노동미사일 10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한국은 돈이 얼마가 들든 그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사일 방어는 공격용 미사일을 갖추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상응하는 한국의 군비 지출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군비로 들어가는 금액보다 훨씬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