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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생일 75돌 광명성절 행사…김정남 사망 나흘째 침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돌 생일(광명성절)인 16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돌 생일(광명성절)인 16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 씨가 피살된 가운데 북한에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 행사가 열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 내내 어둡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75번째 생일, 광명성절을 기념해 15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습니다.

이복형인 김정남 씨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이후 첫 공개활동입니다.

김 위원장은 행사 내내 어둡고 굳은 표정이었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습니다.

박수를 칠 때도 무표정했고 퇴장할 때도 주석단이나 청중석에 눈길을 주거나 손을 흔들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6일 당과 정, 군 인사들과 선대 지도자들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무뚝뚝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동은 지난 12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 발사 당시 환호하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한국의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김정남 씨 암살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김 위원장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김정남이 잠재적 위협요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전혀 김정은의 권력 기반에 도전할 만한 그런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저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제거해야 했을까라고 했을 때 지금 김정은의 정신적, 심리적 상황이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되거든요.”

김정남 씨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첫 번째 부인인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장남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남 씨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집권 후 이른바 ‘백두혈통’에 대한 첫 처형이고 선대 지도자들도 하지 않았던 형제 암살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김정남 씨를 암살한 게 맞다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맹동분자의 소행이라는 식의 해명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안의 성격상 김 위원장이 모를 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남 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째가 됐지만 이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 현장인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대사관을 동원해 김정남 씨 부검을 직접 참관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매체들의 침묵에 대해 자신들이 잘못을 했으니 이에 대해 할 얘기가 없는 게 아니겠느냐며 북한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행동으로 해석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정남 씨 암살이 앞으로 김정은 정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김정은은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눈엣가시를 제거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더욱 심각한 고립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런 국제적 고립은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불만을 고조시킴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정책 안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최룡해 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중앙보고대회와 16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최 부위원장이 작년에도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1일 행사에 모습을 보인 만큼 신변이상설을 제기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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