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이 확실시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교안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와 여러 정보 등으로 미뤄 북한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2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제3국의 국제공항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자행된 이번 살인 사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이고 테러행위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황교안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여러 정보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황 권한대행은 이번 사건이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북한의 테러 행위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북한 정권의 테러 수법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북한의 또 다른 도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도 20일 서울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앞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건의 배후가 북한 정권임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장관은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5명의 용의자가 북한 국적을 갖고 있고 추가로 3명의 북한 국적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음을 공식 확인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른 여러 정보사항과 정황들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지목하는 근거에 대해, 여러 정보와 정황이 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나중에 구체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홍 장관은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등 그동안 북한이 저지른 비정상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 때문에 이번 사건도 초기부터 전세계가 북한 정권을 향해 우려와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며 김정남 암살로 이런 부정적 시각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년 12월에도 유엔이 북한 인권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유하는 데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기대했습니다.
[녹취: 홍용표 장관 / 한국 통일부] “이번 사건이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그런 문제점을 드러내고 따라서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를 할 수 있도록 특히 국제기준과 가치를 지키는 그런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국제사회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장관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대해선 김정은 정권의 특징이 `공포통치'에 입각한 권력 유지라며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권력기반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을 제거하고 숙청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해 이번 사건도 그런 `공포통치'의 일환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를 갖고 김정은 체제의 대안세력을 사전에 제거하고 국제사회에 김정은 정권교체 시도를 미리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고 사건 배경을 진단했습니다.
한 장관은 또 이번 사건이 탈북민과 체제 불만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