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해임돼 가택연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저승사자’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 기념음악회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당, 정, 군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사회자가 갑자기 김원홍 부부를 무대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녹취:KCNA]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조직국장으로 사업하는 김원홍입니다. (사회:그냥 들여보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본인의 의향은) 같은 심정입니다.”
그러더니 아내와 함께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녹취 :KCNA] “장군님 한 분만 믿고 그 품에 심장을 주는 이것이 매혹이런가...”
객석 중앙에서 이런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정은 위원장은 김원홍을 국가보위상에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12월 김원홍은 장성택 숙청에 앞장서면서 김정은 정권의 핵심이 됐습니다. 당시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된 것을 보면 김원홍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원홍의 위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김원홍은 올 1월 갑자기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됐다고 한국 당국이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발표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북한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이후에 해임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원홍이 허위 보고를 한 것이 발각돼 김정은 위원장이 격노했으며,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회 이철우 정보위원장입니다.
[녹취:이철우]”당 간부들을 고문하고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를 한 것이 들통이 나고 조직지부도부가 이런 것을 보고하자 김정은이 격노를 해서…”
당 간부를 고문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는 게 표면적인 숙청 이유지만, 북한 내부의 보위성과 당 조직지도부 권력기관끼리의 알력 다툼 결과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김원홍의 실각이 그동안 김정은 정권에서 봐왔던 간부 처형과는 다소 다르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오를 저지른 간부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처벌해 왔습니다.
하나는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것으로, 2015년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최영건 내각 부총리 제거가 이에 해당됩니다.
문제가 된 간부를 지방에 보내는 ‘혁명화’도 있습니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2015년 지방에서 석 달 간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도 11개월 가량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김원홍 보위상의 경우 처형을 한 것이 아니라 해임, 강등시킨 후 가택연금 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원홍이 숙청될 가능성과 살아날 가능성이 ‘반반’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앞으로 복권될 가능성이 50대 50이라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영상에서 김원홍이 아직 삭제가 안됐다는 점에서 그렇게 봅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의 김진무 박사도 시간이 좀 지나면 김원홍이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김원홍이 장성택이나 현영철처럼 김정은의 권위에 직접 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처럼 혁명화 교육이나 강등을 통해 충성을 맹세하게 한 다음 재기용하는 과정에 있지 않나 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지난 5년간 340여 명을 처형 또는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