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로 오늘(21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검찰 수사는 뇌물죄 조사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인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는 `친미, 보수세력의 종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습니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짧게 대답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
6개월 넘게 한국 정국을 대혼란으로 몰아 넣은 ‘박근혜-최순실 추문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수사는 특히 지난 10일 한국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를 떠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단의 고도의 ‘수싸움’과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삼성, SK, 롯데 등 대기업에 준 특혜와 뇌물 관계,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과 문화, 예술계 지원배제자 명단과 연결된 직권남용, 그리고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입니다.
한국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 등 증거물과 관련자 진술, 특별검사팀에게서 넘겨 받은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수사팀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인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를 측면 지원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 관계는 모든 범죄 혐의의 출발점이자 뇌물 혐의 입증의 초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대국민담화나 연초 기자간담회, 언론 인터뷰,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 등에서 나타난 대로 ‘모른다’거나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의 뇌물 혐의가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고,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이미 방어막을 쳐놓았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이는 친미, 보수세력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이는 동족대결만 일삼아온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민들의 분노의 폭발이었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관련해 촛불집회의 의미를 민중의 지향과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한국 헌법재판소의 ‘헌법수호 의지’나 특검이 지적한 ‘실정법 위반’과는 강조점에서 차이점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