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실시한 새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을 계기로 이른바 ‘개발창조형 공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국제사회 제재에 맞서 북한 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자강력 제일주의’ 차원의 새 구호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실시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을 계기로 북한의 로켓 공업이 이른바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확고히 전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로켓엔진 시험이 다른 나라 기술에 대한 의존을 벗고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바뀐 주체적인 로켓 공업의 탄생을 선포한 대사변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개발창조형이라는 말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북한의 대표적인 미사일 생산기지인 태성기계공장을 시찰하면서 공장 생산과 공정을 ‘견본모방형’이 아니라 ‘개발창조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 ‘사업총화보고’ 연설에서는 일반 공장과 기업소들이 개발창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이번 로켓엔진이 북한이 지난해 9월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이라며 80t 추력을 갖고 있다고 밝힌 엔진과 비슷하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북한의 엔진 기술이 자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시스템을 보면 대부분 소련 것을 도입하거나 파키스탄 이런 쪽의 협력을 얻어서 약간 개조한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80t 추력 엔진 같은 경우엔 선례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이것을 스스로 창조했다고 얘기하는 거겠죠. 그 다음에 더구나 그런 국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만들었다 그런 의미가 되겠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국력을 집중시켜 핵과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과학기술을 경제 전반으로 퍼뜨리기 위해 개발창조형 공업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주민들을 독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정보통신 전문가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 당국이 국방 분야의 과학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던 당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기반이 되는 컴퓨터 수치제어, CNC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고 일정한 성과도 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경제 전반에 확산시킴으로써 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개발창조형 공업이라는 말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김정은 시대에 맞게 만들어진 구호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 NK지식인연대] “더더욱이 국제사회 제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선 자강력이라는 것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고요. 그 자강력이라는 정치적 슬로건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결국은 지금 이 CNC화를 필두로 하는 과학기술 중시 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김 대표는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이 꿈꾸는 산업혁명도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 NK지식인연대] “말레이시아를 통해서 북한이 로켓을 만들고 핵실험을 하는 컴퓨터 장치와 집적회로가 다 들어왔습니다. 그 창구가 막히고 더더욱이 국제금융거래에서도 퇴출되고 이렇게 된다고 하면 그들이 아무리 의욕을 갖고 CNC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필수요소가 제공되지 못하면 결국은 난관에 부딪칠 수 밖에 없고요.”
한편 김 대표는 최근 한국의 다른 학자들과 핵과 미사일 개발의 기반인 CNC를 전 산업에 확산시키는 북한식 4차 산업혁명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 ‘4차 산업혁명과 북한’을 발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