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대북 제안인 ‘드레스덴 선언’이 발표된 지 오늘(28일)로 3년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 남북교류가 필요하다는 ‘드레스덴 선언’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압박이 우선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 발표 3년을 맞아 드레스덴 선언의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비핵화 등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는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서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보다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꾸는 노력이 먼저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기반시설 구축, 그리고 남북한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복합농촌단지 조성, 역사와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활성화 등의 사업들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시도라고 비난하며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초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달아 대형 도발을 감행한 뒤 한국 정부도 드레스덴 선언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드레스덴 선언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기반해 남북 교류협력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역대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통일기반 조성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발표됐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드레스덴 구상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가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레스덴 선언이 이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남북관계는 지난해 초 개성공단 마저 폐쇄되면서 전면적인 단절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 핵 문제와 관계없이 영유아나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노골적으로 핵 능력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 측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민간단체인 유진벨 재단의 결핵약 지원이 전부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북한의 핵 질주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한국정치의 혼란이 겹쳐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드레스덴 제안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금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 드레스덴 선언이 이야기 한 남북 간 의미 있는 협력이나 화해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오히려 지금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또 남한 내 대선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당히 대북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통일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 차원에서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입니다.
[녹취: 전현준 원장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역시 저차원에서 출발해서 고차원의 정치군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이런 것들이 빨리 해결돼야 하고 이를 통해서 신뢰가 회복되면 그 다음에 본격적인 경제 교류협력이라든가 정치적 교류, 이렇게 나가는 게 순서가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류 재개를 타진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고조된 대북 제재 분위기와 한국 국민들의 악화된 대북 여론 등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지 않는 순수 사회문화 교류와 엄격한 검증 절차가 보장된 인도적 지원에 남북교류를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