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유대주의와 스탈린 독재에 반발하는 등 반체제 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옛 소련의 유명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가 어제(1일) 말년을 보내던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털사 시내 ‘힐크레스트메디컬센터’ 측은 최근 심장발작으로 후송된 옙투셴코의 사망을 이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족들은 옙투셴코가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150편 이상의 저작을 내놓으며 시인뿐 아니라 산문·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배우 등으로도 활동한 옙투셴코는 옛 소련이 붕괴한 지난 1991년 오클라호마로 이주, 대학에서 시와 영화사 강의를 해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가 밝혔습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그의 시는 수백만 명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애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고인은 생전 유언에 따라 `닥터 지바고`를 쓴 옛 소련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묘소가 있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작가 마을 페레델키노에 묻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옙투셴코는1932 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인근 지마에서 태어난 뒤 모스크바에서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19세 나이에 `미래의 전망`이라는 첫 시집으로 소련 작가협회에 최연소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스탈린 사후 니키타 흐루쇼프 집권으로 해빙기가 찾아왔을 때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옙투셴코는 30여년간 소련을 지배하다 세상을 떠난 스탈린 독재와 관료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들로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1961년작 `바비 야르`를 통해 국제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시에서 옙투셴코는 1941년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바비 야르 계곡에서 자행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규탄하고 소련내 반유대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1963년엔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1964년 흐루쇼프가 권력에서 밀려난 뒤부턴 저항정신도 무뎌지고 체제 순응주의자로 변신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소련 정부가 제공하는 특혜를 통해 해외여행도 비교적 자유롭게 하며 전세계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습니다.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러시아 내외의 대형 운동장에서 수십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