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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평양 대규모 건설 공사, 경제 재건에 근본적 한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려명거리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 보도했다. 김정은은 려명거리가 건설되는 모습을 둘러보며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4월 15일)까지 무조건 완공하자"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려명거리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월 보도했다. 김정은은 려명거리가 건설되는 모습을 둘러보며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4월 15일)까지 무조건 완공하자"고 지시했다.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는 최근 몇 년째 대형 건설공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대형 토목공사가 이중 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북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려명거리' 건설현장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녹취]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려명거리 건설장을 현지 지도하시면서 태양절까지 려명거리 건설을 무조건 끝낼 데에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하시고..."

김정은 정권 들어 평양에서는 이미 '창전거리'와 '은하과학자거리,' '미래과학자거리'가 조성됐고, 이 곳을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마천루가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평양을 다녀온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박경애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경애 교수] "평양을 돌아보면서 느낀 거는 려명거리라든가 김일성종합대학도 방문했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평양 여기저기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이유를 대체로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바로 '대외선전용'과 '국내용'입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레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는 북한이 평양에 즐비하게 들어설 마천루를 통해 자신들의 '병진 노선'이 성공하고 있음을 외부에 과시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페트로프 교수] " The policy, so-called 'Byunjin line', ..."

김정은 정권 들어 평양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는데, 이는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이른바 '병진 노선'이 엄혹한 제재 국면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전하는 일본 `아시아 프레스 인터내셔널'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정권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북한은 '사회주의' 간판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 간판을 내리면 북한 정권, 체제가 존재할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80년대 후반부터 북한체제가 심각한 마비 상태가 됐는데, 북한 사회주의가 죽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내외에 보여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외선전 목적 외에 북한 내부 사정도 주목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민간단체인 외교정책연구원(FPRI)의 벤저민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VOA'에, 려명거리 같은 경우 평양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One very important purpose of these projects..."

점점 늘어나고 있는 돈주 같은 중산층 등 비교적 여유가 있는 평양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사업들이란 것입니다.

한국 국가안보연구원의 김광진 연구위원은 `VOA' 에 평양 내 대규모 건설공사들은 돈주들이 비용을 대고 군인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라이언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런 토목공사들이 이른바 `평양 우대정책'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 think that the implication is, of course..."

평양의 대규모 건설공사들은 평양 주민들이 북한에서 매우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SK경영경제연구소 이영훈 수석연구원은 `VOA'에 대규모 주택과 도시 건설은 김정은식 경기부양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북한 돈 약 100억원이 투입된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동일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토목사업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부실공사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 레오니드 페트로프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페트로프 교수] "The debacle of 2014..."

2014년 5월 평양에서 공사 중이던 23층 아파트가 무너져 수 백 명이 사망했던 것과 비슷한 사건이 평양의 다른 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안전사고 우려 외에 대규모 토목사업이 북한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의 그레이스 오 교수는 이들 사업이 북한경제를 한층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This is typical mistakes that government...”

그레이스 오 교수는 국가자원이 대규모 토목공사에 집중적으로 배분됨으로써 필수적인 산업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건설자재 구입을 위해 외화를 많이 써 환율이 올라가면 식량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원(FPRI)의 벤자민 실버스타인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평양 내 대규모 건설공사가 북한경제를 부양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 think there is stimulant.."

장기적으로 보면 제도와 외부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건설공사만으로 경제를 지탱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레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도 제도 개혁이나 외부 투자 유입, 그리고 외부 정세 개선 없이는 북한 정권이 장기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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