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선제타격을 위협하고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부산에서 영어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챈스 도랜드 씨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주말에 약간 안절부절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지난 4년 간 때때로 북한의 도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는 겁니다.
[녹취:챈스 도랜드] "This last weekend I have to admit, I was antsy. I was really worried that something was going to happen. Obviously nothing happened..."
미 중서부 아이오와 주 출신인 도랜드 씨는 “지난 주말에 무슨 일이 날까봐 진짜 걱정했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 매우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침착한 편이고, 북한이 가끔 도발한다는 것도 아는 상황에서 걱정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랜드 씨는 한국에 있는 자신의 외국인, 한국인 친구들도 예전에 비해 이번엔 더 걱정하고 있다며, 과거 북한이 일방적으로 도발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챈스 도랜드] "The only thing that’s really different this time I guess would be, the easiest answer to that would be US President Donald Trump...."
도랜드 씨는 “과거와 달라진 유일한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며 “최근 사회연결망 서비스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예전에는 자아가 강하고 충동적인 사람 한 명이 ‘발사 지시’를 내릴 준비가 돼 있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그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미국이 더 예측불가능해졌고, 발언을 통해 긴장을 높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리아스케이프 방송] “On this Saturday edition of Koreascape we’re taking a final walk through an old-time Seoul neighborhood it’s about to be bulldozed..”
매일 아침 주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 유행, 음식 등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커트 에이쉰 씨. 미 동북부 매사추세츠 주 출신의 언론인인 에이쉰 씨가 한국에 산 지도 10년이 됐습니다.
에이쉰 씨는 한국인들이나 주한 외국인들이 지금까지는 북한 위협에 너무 익숙해지고 지쳐서 마음 한 켠에 담아두기만 했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트 에이쉰] "On the table is the possibility of a unilateral US strike which has got some people worried. It means that the chance of war, chance..."
에이쉰 씨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단독 공격도 선택 방안으로 상정돼 있어 일부가 우려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인지됐던 위협 수준보다 전쟁 가능성,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에이쉰 씨는 최근 사회연결망 서비스 SNS에서 친구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전쟁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걱정되기 시작한다”는 글이 올라온다며, “최근 불안감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이쉰 씨는 “물론 도널트 드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지도자들 주변의 참모들이 결국 지도자들을 진정시켜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유례없는 불확실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광고의 한 장면] "This is the optical cable. It takes the place of the cables leading to each of your connected devices. And where did all the connected devices go? Ta-da they’re tucked away right here..."
한국의 유명 제품 광고에 출연하는 성우 게런 피츠제럴드 씨. 미 동부 지역 출신으로 1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습니다.
피츠제럴드 씨는 지금까지 북한이 호전적 행동을 해도 실제로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큰 걱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침략을 부추길 행동을 할 가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지수의 와일드 카드”라고 덧붙였습니다.
피츠제럴드 씨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전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한국 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언론이 과잉보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게런 피츠제럴드] "24 hour news network coverage, it is so overblown, and I’ve been thinking this for a long time, reading articles living in Korea that..."
서방국가 보도들을 한국에서 보면 장황하고 절망적이지만, 북한으로부터 80km 떨어진 서울에서는 아무도 진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피츠제럴드 씨는 “고함치는 소리가 많이 들리지만 결국은 실제 공격이 없을 거라는 걸 모두가 안다”며 한국에 사는 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고, 자신도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지 않은 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는 해나 프랭크-풀러 씨에게 북한의 위협은 그저 방송을 통해 접하는 이야기로만 느껴집니다.
[녹취: 해나 프랭크-풀러] “It’s definitely something that I’m aware of, because its in the news but being a teacher and teaching young children”
프랭크-풀러 씨는 최근 한반도 상황을 보도를 통해 알고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에, 대사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이 주제에 많이 노출돼 있지 않고, 매일 그것에 대해 누구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는 아니고 가끔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주한 외국인 친구들과 가끔씩 한반도 긴장 문제를 얘기하지만, 누구도 이 것이 큰 문제라거나 당장 한국을 떠나야 된다거나 한국에서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 주 출신의 가정주부 브리아나 터커 씨는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한반도에 전개된 점은 과거보다 조금 더 걱정스럽긴 하다면서도, 자신도 친구들도 아직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4년째 살고 있는 터커 씨에게 한반도 긴장은 한번씩 고조됐다 다시 잦아드는 일상입니다.
[녹취: 브리아나 터커] "When there was a situation we’ll hear about it off of the US and then North Korea and then after maybe a month or so, then nothing else happens...."
터커 씨는 “긴장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에서 발언이 나오고, 북한도 반응하고,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아무런 추가 사태 없이 잦아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들과 한국에 사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대도시에서 보다 치안에 대해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뉴욕 출신으로 한국에서 14년 째 살고 있는 조엘 레빈 씨는 현재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레빈 씨도 초등학교에서까지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삶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북한의 도발은 삶의 일부가 되고, 대신 총기 사건이 전혀 없는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미국의 치안이 더 우려스럽다는 것입니다.
레빈 씨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호전적 발언 수위가 높지만, 한국에서 전쟁 상황의 긴장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미국인인 레빈 씨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스라엘은 실제 전시태세라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등에서 미사일이 날아오고, `아이언 돔' 방어망이 실제로 미사일을 격추하는 등 이스라엘에서는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뚜렷한 느낌이 있고, 실제로 전쟁이 종종 일어난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1950년대 이후 실제 교전을 경험한 한국 군은 거의 없다고 레빈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엘 레빈] "Here in Korea there’s become a sense of ease of comfort with the status quo I would say even during tense periods when there are..."
한국에서는 현상유지에 대한 편안한 마음이 있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일반인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정부도 방공호 등 특별 안전조치를 시행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레빈 씨는 한국에서 경제적, 감정적, 신체적으로 안정감을 느껴 계속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14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2만8천500여명은 주한 미군입니다. 나머지 미국인들은 안보와 관계 없이 생업에 종사하며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