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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설문조사]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 찬반 팽팽 


지난 6월 북한 평양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고려항공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6월 북한 평양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고려항공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미국인들을 잇따라 억류하면서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 당국이 개입해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OA’의 설문조사에 응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4명은 모두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어떤 구실로도 미국인을 억류할 수 있고, 실제로 최근 억류 미국인이 4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땅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북 간 긴장이 높아지고 억류 사태가 거듭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미국이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는 의견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각각 11명으로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습니다.

나머지 2명은 북한의 미국인 억류를 강하게 비난하고 미 의회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면서 찬반 여부에 대한 개인의 의견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자국민의 북한 여행을 법이나 대북 제재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인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Given the repeated instances of North Korea arresting Americans on trumped-up charges including religious related activity when the North Korean constitution guarantees the freedom of religion, I think shows that it’s time to put a U.S. ban on travel to North Korea.”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인 억류에는 북한 법에 보장된 종교 활동도 포함된다며, 북한이 날조된 혐의로 미국인들을 거듭 체포하는 것을 고려할 때 미국이 북한 여행을 금지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여행 금지는 관광객 뿐아니라 인도주의나 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인사들에게도 적용해 북한이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경우 이런 혜택을 얻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지난 8일, 북한 여행경보가 구호와 교육 등 인도주의 활동가들에게도 해당되느냐는 ‘VOA’의 질문에 “(북한) 여행의 목적과 관계없이 해외를 여행하는 모든 미국 시민이 대상”이라고 답했습니다. 특정 여행 그룹을 지칭할 때는 국무부가 따로 추가 정보를 첨부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역시 북한 여행 금지를 주장한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터무니없는 죄목을 붙여 미국인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 4명을 석방할 때까지라도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조치를 취해졌어야 했다며, 앞으로 북한 여행 미국인들에 대해 여권 취소 방침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이 계속 인질로 잡히는 것은 개인 뿐아니라 미국의 대북 정책 모두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더 나아가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모두 북한을 방문해선 안 된다며,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전 세계적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미국인 억류를 심각하게 여기는 인식이 의회의 행동으로 이어져 북한 여행 금지를 대북 제재 등에 포함시키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Detaining American citizens, that’s a big deal. Americans takes that very seriously as you know and I’m hoping that this gives a lot of press because this is something that Congress needs to look at, I think.”

이 밖에도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북한 여행 금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데 회의적 입장을 밝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법이나 제재보다 개인의 판단에 맡길 사안이라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입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 “It’s possible that this might be something that Congress would consider, but before Congress considers any such a law, common sense would seem to suggest that Americans would be very wise not to go on exploration tours on adventure journeys to DPRK…”

미 의회가 북한 여행 금지법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북한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을 따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손쉬운 단계라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전문가들은 북한 여행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개인의 자유”가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자유로운 사회라는 것은 개인이 형편없는 결정을 할 자유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학 강사는 북한 여행을 실제로 금지한다 해도 일부 미국인들의 북한 행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한인 사회는 북한 여행의 위험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따라서 미국 국무부가 3개월마다 발령하는 북한 여행경보를 적정 수준의 지침으로 간주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미국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2010년 영변의 고농축우라늄 공장을 둘러봤던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이 개인 차원의 방북을 활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No, I wouldn’t do that because that will play into their hands but I do think you are to make sure that people all aware of the dangers if you do that. I mean we’ve had Siegfried Hecker, the nuclear scientist has gone there and…”

코브 전 차관보는 북한 여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그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주력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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