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장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코미 전 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의 모종의 거래에 관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이끌었기 때문에 해임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 연방수사국 FBI는 어떤 조직이며, 어떤 역사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은 어떤 조직인가”
미국 연방수사국의 정식 명칭은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인데요. 하지만 영문 앞 글자를 따서 FBI라고 통상 부릅니다. FBI는 법무부 산하에 있는 연방 수사 기관인데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테러 공격, 간첩 행위, 사이버 범죄, 대량파괴무기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 또 모든 공공부패, 조직 범죄, 경제 범죄, 폭력 범죄를 다루고 이것으로부터 시민권을 보호하는 일을 합니다. 즉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총괄하고 정보 수집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범죄 수사와 정보 수집, 첩보 활동을 하기 때문에 북한을 예로 들면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의 업무를 합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각국의 정보기관들, 혹은 경찰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FBI가 처음 세워진 것은 1908년 7월 26일입니다. 원래는 법무부에서 각 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치안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는데요. 직원 수도 모자라고 역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찰스 보나파르트 법무장관에게 지시해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만들었는데요. 약 30여 명의 요원들을 뽑아 ‘수사국’이라는 뜻의 BOI(Bureau Of Investigation)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수사부’라는 뜻의 DOI(Division Of Investigation)으로 불리다가 1935년부터 지금처럼 연방수사국, FBI로 불리게 됐습니다.
FBI는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독립된 수사기관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FBI의 수사는 의회나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또, FBI 국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되는데요. 원래 최고 10년 임기를 보장하지만, 코미 전 국장의 경우처럼 임기가 차기 전에 대통령이 해임할 수도 있습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에드거 후버 전 국장”
FBI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존 에드거 후버 전 국장인데요. FBI는 창설 이후 그동안 총 7명의 국장이 이끌었지만 후버 국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후버 국장은 1924년 국장에 임명돼서 1972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48년간 재임하면서, 무려 8명의 대통령을 거쳤는데요. 수많은 공적과 그에 못지않은 과오를 남겼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후버 국장은 FBI를 전문적인 최대 범죄 전담 부서로 키우고 지문 수사와 유전자 감식 수사를 비롯해서 현대 경찰 수사 기술의 근간이 되는 역량을 FBI에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FBI의 정보 수집 능력을 활용해 개인과 단체, 심지어는 의회와 대통령, 해외 정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권력 유지에 활용한 것은 커다란 과오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당시 후버 국장의 방에는 불법 도청과 가택 침입으로 얻은 고위인사들의 정보가 즐비했고,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는데요. 후버 국장이 갖고 있는 비밀 정보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후버 국장이 무려 50년 가까이 자리를 유지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후버 국장의 사망 후에 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으로 정해졌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FBI 국장의 관계”
FBI 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또 해임할 수 있지만 국내외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FBI 국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도 때때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FBI 국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 국장으로 1993년 윌리엄 세션스 국장이 있었는데요. 관용기로 부부동반 여행을 하고, 공금을 유용했으며, 가족들의 개인적인 일에 FBI 요원을 동원한 일 등으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경질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 해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FBI 국장의 신분 보장과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는데요. 클린턴 전 대통령은 FBI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세션스 국장을 해임시켰습니다.
세션스 국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 루이스 프리 국장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종종 마찰을 빚었는데요.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중국 정부가 관여됐다는 정황을 수사하면서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아 갈등을 빚었고, '백악관이 연루돼 있을지 모를 사건의 수사를 왜 백악관에 보고하느냐'는 말을 남기며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FBI 국장들이 줄곧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것은 아닌데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FBI 국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웹스터는 '미스터 클린', '깨끗한 사람'이라는 별명답게 원만하게 조직을 이끌어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공작활동이 주를 이뤘던 FBI 조직을 수사 위주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FBI 국장에 이어 곧바로 CIA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유일한 인물로 남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로버트 뮬러 전 국장은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1주일 전인 2001년 9월 초에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FBI 국장 자리에 올랐는데요. 2011년에 임기가 끝났지만,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2년 동안 더 FBI를 이끌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공화당과 민주당, FBI 내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특히 재임 당시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아내하고만 골프를 쳤다고 할 정도로 결벽에 가깝게 주변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경질과 차기 국장 후보들”
지난 2013년 9월 FBI 국장에 취임한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불법 도청 인가를 거부한 원칙론자로 통했습니다. 이런 점이 공화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FBI 국장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분석됐는데요.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 재조사를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녹취: 코미 전 국장]
이를 두고 코미 전 국장은 한 연설을 통해 "FBI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며 FBI가 중립적이라고 강조했는데요. FBI는 옳고 그름에 따라 수사할 뿐이라며, 정치권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FBI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에 대한 FBI의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최근 경질됐는데요.
[녹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이 과시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며, 그로 인해 1년 전부터 FBI 조직이 혼란에 빠졌다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조사 때문에 경질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과 만나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 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하는 등 영향을 미치려 했고, 이것이 여의치 않자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17일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이번 조사를 담당할 특별 검사로 전격 임명했는데요. 수사를 이끌던 코미 FBI 국장이 해임된 상황에서 전임 FBI 국장이 특별검사를 맡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의 후임자 인선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앤드루 매케이브 FBI 국장 대행을 포함해 앨리스 피셔 변호사, 마이클 가르시아 뉴욕 항소법원 판사,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 또 지난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조셉 리버먼 전 상원의원 등 10여 명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인물이 FBI를 이끌 차기 국장 자리에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