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북 압박에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하면서,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이를 통해 외교적 운신의 공간과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최대 안보 위협이자,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북 핵 문제를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풀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에 따라 북 핵 문제의 최우선 당사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 공약에서 ‘중국 역할론’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한국 역할론’을 실천적 전략으로 삼아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비핵평화구상 내용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가 주도하여 ‘북한의 선 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우리의 주도로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습니다.”
여기에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회복해 한반도 문제의 과도한 국제화를 막고, 북 핵 문제가 미-중 간 협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새 정부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마련해 관련국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강대학교 김재천 교수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 북한 등 관련국들 간 주장의 접점을 조율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재천 교수] “향후 협상 국면이 도래할 경우 정전체제 당사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충족 조건을 비롯한 한국판 평화체제안을 미리 준비해 평화체제 문제가 대화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평화체제 협상 병행론과 일맥상통하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 “시급한 안보 위협이 되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런 조건들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향후 북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적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엄중한 북 핵 국면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과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입니다.
[녹취: 남성욱 행정전문대학원장] “한국의 새 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미동맹에 기초해 워싱턴과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력이나 교류, 대화 카드보다는 일단 비핵화의 비중이 커진 만큼 둘의 순서가 바뀔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진전된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제재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엄중한 북 핵 정세 속에서 대북제재라는 국제적 레짐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이에 역행하는 대북정책을 채택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북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현 정세와는 맞지 않는 이상적인 목표 때문에 쉽게 제재 해제 문제를 접근한다면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단절된 남북 간 연락채널을 조속히 복원하고 국제 공조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부터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습니다.
특사를 통해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해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할 경우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북 핵 문제 진전 이전이라도 남북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긴장 완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정성장 실장은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전면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의 시동을 거는 한편, 북 핵 국면을 고려해 관계 진전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당분간 대북압박 공조를 유지하되,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한국의 외교적 운신의 공간과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