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지난 10년 간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으로 꽉 막힌 상황인데요. 금강산 관광에서 개성공단 폐쇄까지 남북을 이어주던 통로가 어떻게 중단됐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9년 전인 2008년 한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할 때만 해도 남북 간에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회담 등 다양한 교류와 협력 사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하나 둘씩 단절되거나 중단됐습니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열었던 금강산관광은 1998년 1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국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 간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간 유람선과 육로관광 등을 통해 한국 국민 2백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또 북한은 관광객 1인당 50-100 달러씩 입장료를 받아 매년 4-5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에 나선 한국의 박왕자 씨가 북한 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국 정부는 금강산광광을 중단하고, 진상 규명과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관광 재개를 위한 3가지 선결조건을 북한 측에 제시했습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 김남식 교류협력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김남식]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신변안전 강화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북측은 전혀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기존입장을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금강산관광 중단이 장기화되자 북한 당국은 2010년 4월 금강산에 있던 한국 측 건물과 시설을 몰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몰수된 부동산들은 법적 절차에 따라 공화국이 소유하거나 새 사업자들에게 넘겨지게 될 것이다."
이어 2000년 이후 계속되던 남북 경제협력과 민간 교류도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북한의 천암함 공격으로 중단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초계 활동 중이던 한국 해군의 1천2백t급 초계함인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한국 해군 장병 46명이 숨졌습니다. 한국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단장입니다.
[녹취: 윤덕용]“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감응 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증거물은 북한이 해외로 수출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일치하였습니다.”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군함에 공격을 가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남북 교역과 인적교류를 중단하는 5.24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녹취 :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 도발입니다.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남북한 교류와 교역도 중단될 것입니다.”
2003년 시작된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서는 남북한 노동자 5만여 명이 매일 얼굴을 맞대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 4월,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고 북한 노동자 전원을 철수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이후 재개된 개성공단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전면 폐쇄됐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명목으로 연간 1억 달러의 외화를 북한 당국에 지급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한국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공단에서 일하던 5만4천 명 북한 노동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공단에 입주했던 124개 남한 기업도 큰 손실을 봤습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과 서해 군 통신선을 차단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연락관들이 지금도 매일 판문점 연락사무소에 출근해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은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지난 10년 간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공격으로 하나둘씩 단절돼 연락채널마저 끊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출범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제재와 대화 병행’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남북관계를 다룰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남북 연락채널 연결과 민간교류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녹취:정의용] "남북관계도 지금 단절된 상태로 있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고 저희가 보고 있고, 이것이 한반도 긴장 완화나 평화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당장 재개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대한 다량의 현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